올해 2분기 전기요금 인상이 곧 결정될 예정입니다. 올 여름도 더울 거라던데 벌써부터 냉방비가 걱정인 와중에 들려오는 소식이 있는데요. 태양광 발전에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우리집 전기요금을 할인받는 기발한 서비스가 있다는 겁니다. 당장 가입하려고 알아봤는데 진짜였습니다. 다만 아쉽게도, 아직 경북도에서만 시행되는 시범사업('규제샌드박스')였습니다. 이더라고요.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대한민국 5000만 시민이 다같이 할인을 받게, 이 서비스를 널리 알리겠다고 말입니다.
비어있는 옥상에서 태양광 전력도 만들고, 전기요금도 할인받고
이 서비스의 이름은 '알뜰전기요금제' 혹은 '누진컷모햇'입니다. 모햇 기억하시나요? 텅 비어있기 마련인 건물 옥상에 소규모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고 조합원들은 그 이익을 나눠갖는 사업을 하던 그곳(작년 7월 레터 다시 읽기)입니다. 지금 다시 봐도 동네방네 알리고 싶어질 만큼 좋은 사업모델입니다.
그 주인공이었던 모햇(=모두의햇살)이, 산업통상자원부의 규제샌드박스(기존 규제를 면제해줘서 새로운 제품·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제도)로 선정돼서 태양광으로 전기요금 깎아주는 서비스를 내놓게 된 겁니다.
알뜰전기요금제(누진컷모햇)의 서비스 구조는 이렇습니다. 우선 원하는 전기요금 할인액에 맞춰 예치금을 선택하고 조합원으로 가입합니다. 그러면 모햇은 그 예치금으로 옥상 태양광 발전소를 짓고 관리합니다. 옥상 태양광 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하면, 일부는 주택용전력을 사용하는 조합원에게 판매하고 나머지는 전력시장에 판매합니다. 조합원은 자신이 낸 예치금에서 9.6%만큼 매월 전기요금을 할인받는데요. 태양광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로 조합원이 사용한 전기 일부가 대체되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전기요금을 계량하고 고지서를 발송하는 한전 시스템을 빌리는 거죠.
5년 후엔 예치금을 돌려받고 자동 해지됩니다. 중도 해지도 물론 가능하고, 해지시점·가입유지기간 등에 따라 약 1.5%의 중도해지 수수료가 있습니다.
알뜰폰 사업자들이 3대 통신사(SKT, KT, LG유플러스) 통신망을 빌려서 사업하는 것처럼, 모햇도 한전의 시스템을 빌려서 사업하는 셈입니다.
그렇지만...솔직히 많이 복잡한 이야기입니다. 뭘 믿고 예치금을 맡기나 싶을 테고 말입니다. 일단 모햇이란 브랜드가 생소하고 모햇을 운영하는 에이치에너지란 회사도 낯섭니다. 전기를 팔 수 있는 건 한국전력뿐인데 전기요금을 깎아준다면서 200만~1000만원의 예치금을 내라고 한다? 믿을 사람이 별로 없겠다 싶었습니다. 실제로 한전 고객센터에 전화해서 확인해보고 예산을 지원해준 경북도청 에너지산업과에도 문의하는 분들이 계신다고 합니다. 완전 최초의 사업이다보니 불신을 헤쳐나가야 하는 거죠.
그래서 에디터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서울에서도 가입하게 해달라! 모햇의 최선형 매니저님과 방혜빈 매니저님께 이것저것 궁금한 부분들을 열심히 물어봤습니다.
200만원 내면 전기요금 매월 3.2만원 깎아드립니다
▶지구용 : 예치금을 왜 내야 되는 겁니까?
모햇 : 예치금으로 옥상 태양광 발전소를 짓고 관리합니다. 계약기간 5년 후에 돌려드린다는 걸 어떻게 믿냐는 분들을 설득하기가 어렵긴 했는데...무언가 친환경적인 행동을 하면서 이런 이득까지 보는 걸 다들 낯설어하시는 것 같습니다.
▶상품 설명에 출자금, 조합원 차입금이란 말들이 낯설어요. 무슨 의미입니까?
:모든 조합은 출자금을 받고, 조합에서 탈퇴할 때 배당금을 얹어서 돌려주는 구조입니다. 한살림처럼요. 그래서 출자금을 10만원씩 받고 있고, 예치금은 알뜰전기요금제(누진컷모햇)의 예치금(바로 위 Q&A에서 언급된 용도, 조합원 차입금을 쉽게 표현한 말)입니다.
▶왜 조합 형태여야 하죠?
:모햇의 의의는 금융자본 없이 운영해서 조합원들에게 최대한 이익을 돌려주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태양광 발전소 설치와 운용 비용도 금융사에서 빌리지 않고 조합원 차입금(예치금)으로 충당하는 겁니다. 금융사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면 조합의 수익이 금융사로 흘러들어가게 되는데, 조합 형태면 조합원들이 온전히 수익을 나눌 수 있고요. 모햇(에이치에너지)은 그 조합 운영을 대행하는 역할입니다. 모햇의 전국 조합원 수는 조합원에게만 공개되지만 지역별로 총회도 해서 주요 사항을 결정하고 조합원들의 의견을 모읍니다. 아직 한국에는 활성화돼있지 않지만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반인 셈. 참고로 독일만 해도 이런 형태의 에너지협동조합이 800개가 넘고(2021년 기준), 시민들이 낸 조합 자본은 7380억 유로(약 1075조원), 재생에너지 관련 투자액은 1조 이상이랍니다.
(※에디터 주 : 함일한 에이치에너지 대표님은 지난번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앞으로 3~5년 사이 태양광 발전 시장의 주도권이 정리될 거예요. 그런데 그 구조가 착취적이지 않은, 합리적인 구조일 수는 없을까 싶었죠. 그럼 시민들이 소유하면 되겠다는 생각에 조합이란 형태를 택한 거고요.")
▶내가 낸 예치금으로 태양광 에너지를 얼마나 생산하는 건가요?
:모햇에 투자한다면 1000만원을 기준으로 1년에 약 8,672.5kWh의 태양광 전기(재생에너지)가 생산. 전력사용량이 많은 서울 기준으로 세 가구가 1년간 쓸 수 있는 전력입니다. 그리고 모햇 협동조합의 발전소(현재 총 1120킬로와트)가 지금처럼 20년간 운영되면 총 8만8000그루의 나무를 심는 것과 맞먹는 탄소배출 절감 효과가 있고요.
한전에 전기요금을 직접 납부한다면 OK
▶아무나 가입할 수 있나요?
:대략의 가입 요건 정리해 드립니다.
▷경북도 거주자 O - 규제샌드박스 사업이다보니 지금은 경북도 거주자만 가입 가능.
▷아파트 거주자 X - 아파트는 한전에서 동 하나=고객번호 하나로 요금을 부과하는 구조라 모햇이 가구당 요금 할인액을 정산할 수 없거든요. (아파트 주민들이 받는 전기요금 고지서는 한전이 단지별로 요금 부과➡관리사무소에서 관리하는 가구별 계량기에 따라 가구별로 요금 부과하는 구조)
▷주택용 전기 사용가구 O - 산업용·상업용 전기를 쓰는 경우엔 가입 불가
▷빌라, 주택 전월세 세입자 O - 자가든 월세든 단독계량기만 있다면 가입 가능
▶우리집 옥상에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는 건가요?
:아닙니다. 실제 옥상 태양광 발전소는 다른 곳에 있고, 조합원들은 예치금만 냅니다. 모햇이 지금 운영 중인 발전소는 총 6곳(+2곳은 건설중)입니다. 위 사진의 옥상 발전소는 알뜰전기요금제에 직접 이용되진 않지만 모햇과 조합원들의 수익을 만들어주는 소중한 발전소입니다.
아직도 헷갈리신다고요? 에디터도 작년부터 모햇의 사업 구조를 알고 있었지만 여전히 좀 헷갈립니다. 최 매니저님, 방 매니저님도 그간의 고충을 토로했습니다. 경북도는 아무래도 고령자 거주 비율이 높은 편인데 가입도 웹으로 하는 서비스다보니 어렵게 받아들이는 분들이 많다고요. 다행히 자녀 분들이 나서서 가입 절차를 밟아주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그래도 3월부터 조합원들이 실제 전기요금 할인이란 달달한 맛을 체험하기 시작하면서 가입자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합니다. 최 매니저님은 “주말에 모햇 직원들이 경북도로 내려가서 전단지도 돌리고 현수막도 걸면서 홍보했고요. 친환경적인 삶에 관심이 있는 20,30대 분들도 많이 가입해주시길 바란다”고 거듭 호소(?!)하셨습니다.
내가 낸 예치금으로 한쪽에선 친환경 에너지를 만들고, 내 전기요금을 할인받는 구조는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리스크가 없을 수는 없겠지만, 모햇의 도전이 성공하면 덕분에 지구의 고통이 줄겠죠. 알뜰전기요금제(누진컷모햇)이 경북도에서의 시범사업에 그치지 않고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그 날이 오길 진심으로 응원하게 됐습니다. 경북도 거주하는 지구용사님이라면 모햇의 상세 페이지도 꼭 확인해보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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