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동통신사들이 인공지능(AI) 기술 경쟁력 확보를 목적으로 국내 스타트업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단순한 협력을 넘어 공동으로 거대언어모델(LLM)을 개발하고, AI 응용 서비스 출시에 나서는 등 협업을 통한 성과 창출에도 속도를 높이고 있는 모습이다.
1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스타트업들이 통신사들의 AI 사업 확대에 필수적인 파트너로 떠오르고 있다. 통신사들은 AI 스타트업에 대한 대규모 지분 투자를 단행하고, 공동으로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방식으로 협력에 나서고 있다.
한 투자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들은 이미 원천 기술을 보유한 AI 스타트업과 협력한다면 더욱 빠르게 AI 서비스를 출시해 시장 선점이 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면서 “통신사들과 국내 AI 스타트업이 협력을 강화해 나간다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의미 있는 성공 사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KT와 업스테이지 간 협업이다. KT는 지난해 9월 업스테이지에 약 100억 원 이상을 투자하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업스테이지는 오픈소스 LLM을 비교하는 글로벌AI 플랫폼 ‘허깅페이스 오픈 LLM 리더보드’에서 성능 1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글로벌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곳이다.
KT는 업스테이지에 투자한 이후 양사 협업을 통해 자체 LLM인 '믿음'을 성공적으로 출시했다. 또 업스테이지는 최근 KT의 그룹사인 케이뱅크와도 AI 협력에 나섰다. 업스테이지는 케이뱅크가 추진하는 금융 맞춤형 생성형 AI 환경 구축 프로젝트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전망이다.
또 KT는 2022년과 올해 초 두 차례에 걸쳐 AI반도체 스타트업인 리벨리온에도 600억 원(계열사 자금 포함) 이상을 투자했다. AI 소프트웨어 분야 파트너가 업스테이지라면 리벨리온은 AI 하드웨어 분야 파트너로 볼 수 있다. KT는 앞으로 리벨리온에서 출시하는 다양한 AI 반도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AI 인프라·서비스 경쟁력 강화를 추진한다.
SK텔레콤(017670)도 지난해 AI 스타트업 페르소나에이아이에 투자하며 3대주주에 올랐다. 페르소나에이아이는 자연어처리 엔진을 자체 개발하고 구독형 AICC(AI 기반 고객센터) 서비스 기술을 보유한 곳이다. SKT는 현재 페르소나에이아이와 음성인식 합성 기술과 자연어 처리 및 생성기술을 결합한 콜봇·챗봇 상품을 개발하고 있으며, AICC 공동사업을 출시를 준비 중이다.
SKT는 최근 AI 모델 경량화 스타트업인 노타와도 손을 잡았다. 노타는 AI 연산에 필요한 자원을 최소화하거나 같은 자원으로 더 빠른 연산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SKT는 노타와 공동으로 온디바이스 AI를 탑재한 스마트폰 소비 전력 절감을 위한 기술을 개발하는 성과를 냈다. 앞으로 SKT는 해당 기술을 실제 기기에 적용할 수 있도록 더욱 고도화해 나갈 계획이다.
LG유플러스(032640)도 지난해 AI 서비스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포티투마루에 100억 원을 투자했다. 포티투마루는 사용자의 질의를 의미적으로 이해한 후 단 하나의 대답을 도출해 내는 기술 AI 기반 '딥 시멘틱 QA' 기술을 보유한 곳이다. LG유플러스는 포티투마루와 협력을 통해 AICC 서비스 고도화는 물론 LLM 구축에도 협력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앞으로도 AI 스타트업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현재도 여러 AI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투자와 기술 개발 협력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2월 28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24'에서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는 “포티투마루처럼 AI 원천기술과 솔루션 분야를 아우르는 협력사를 적극적으로 찾아서 투자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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