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개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대 간 형평성을 지키려면 완전 적립식의 ‘신(新)연금’을 도입해야 한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제언이 나왔다. 기존 국민연금의 일반 재정 부담은 최소 609조 원 수준에 달한다는 분석 결과도 덧붙였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1일 발간한 ‘국민연금 구조개혁 방안’ 보고서에서 “세대 간 형평성을 고려해 미래 세대가 납부한 보험료와 운용 수익만큼 연금 급여를 지급하는 신연금 도입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기존의 ‘구(舊) 국민연금’은 그대로 확정급여(DB)형으로 보험료를 지급하되, 각 연령대별로 확정기여(DC)형 ‘신연금’을 신설하자는 취지다.
KDI가 이처럼 제안한 것은 현재의 국민연금 제도를 유지한 상태에서 보험료율 등 모수 개혁만 진행하면 세대 간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국민연금 모수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선 각 연령대별 ‘기대수익비’가 1을 넘어야 한다. 기대수익비가 1을 넘는다는 것은 가입자가 납부한 보험료와 이를 적립한 기금의 예상 운용수익에 비해 가입자가 받을 수 있는 연금 급여가 더 많다는 뜻이다.
그러나 연금 기금이 소진될 경우 청년층의 기대수익비가 1을 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해석이다. 특히 저출생으로 인해 후대의 기대수익비가 점점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다. 이강구 KDI 연구위원은 “출생률이 낮아지면 보험료 수입이 이전보다 줄어 기금 소진 시점이 앞당겨진다”며 “기금 소진 후엔 상대적으로 줄어든 청년층이 늘어난 노년층을 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금 고갈 시 보험료율은 현행 9%에서 35%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연령대별로 ‘낸 만큼 받는’ DC형 연금을 신설해 이 같은 세대 형평성 문제를 풀어내야 한다는 것이 KDI의 주장이다. KDI는 신 연금의 적정 보험료율을 15.5%로 제시했다.
KDI는 이와 별도로 기존 국민연금(구 연금)의 재정 부족분을 일반 재정을 통해 충당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KDI의 추산에 따르면 올해 기준 ‘구 연금’의 재정 부족분(미적립 충당금)은 609조 원에 달한다. 이는 국내총생산의 26.9% 수준이다. KDI는 “구 연금의 기금 고갈이 예상되는 시점인 2046년부터 약 13년간 GDP의 1~2% 수준의 재정 부담이 예상된다”며 “이후엔 재정 부담이 점진적으로 축소돼 2080년경엔 거의 사라질 것”이라고 해석했다.
재정 부담을 줄이려면 보다 신속한 국민연금 개혁이 필요하다고 KDI는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연금개혁이 5년 뒤인 2029년 단행될 경우 재정 부족분은 609조 원에서 869조 원으로 급증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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