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핏 호흡기질환과 무관해 보이는 류마티스관절염이 폐암 발병을 부추기는 위험인자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신동욱 교수, 폐식도외과 조종호 교수와 강북삼성병원 조미희 교수 연구팀은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의 폐암 발병 위험이 비환자보다 49%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22일 밝혔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 자료를 활용해 2010~2017년 류마티스관절염을 새롭게 진단받은 환자 5만 1899명과 류마티스관절염이 없는 일반인 대조군 25만 9495명을 평균 4.5년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류마티스관절염으로 인한 폐암 발병 위험이 환자의 흡연력에 비례해 높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담배를 하루 1갑씩 20년동안 피웠거나 매일 2갑씩 10년간 피우는 등 20갑년 이상의 흡연력을 지닌 환자의 경우 비환자군보다 폐암 발병 위험이 87%나 더 높았다. 20갑년 미만에서도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의 폐암 발병 위험이 70%로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지금은 담배를 끊었더라도 과거 20갑년 이상 흡연 이력이 있는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의 폐암 발병 위험도 역시 79%로 현재 흡연자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에 대해 만성 염증이 류마티스관절염과 폐암 사이의 연결고리로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류마티스관절염은 나이가 들며 관절이 닳아 생기는 퇴행성관절염과 달리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이다. 세균, 바이러스 등 외부 침입자에 대항하는 림프구가 신체 일부를 외부 물질로 오인해 공격하는 과정에서 생긴다. 이러한 질환의 특성상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약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과정에서 암이 자라는 데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것도 폐암 발병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해석이다.
연구팀은 “류마티스관절염 환자들은 폐암에도 취약하다는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다”면서 “폐암은 국내 암 사망률 1위에 해당하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오지 않도록 흡연자라면 류마티스관절염으로 진단되는 즉시 금연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폐암학회(IASLC)의 공식학술지인 흉부종양학회지(Journal of Thoracic Oncology) 최신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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