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의 공공 부문 부채(D3)가 1500조 원을 돌파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공공 부문 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73.5%로 사상 처음으로 70%대를 기록했다.
14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2회계연도 일반 정부 및 공공 부문 부채 집계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공공 부문 부채는 1588조 7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재작년(1427조 3000억 원)보다 161조 4000억 원(11.3%) 증가한 액수다. 재작년에는 공공 부문 부채가 2011년 집계 이후 처음으로 1400조 원을 돌파하더니 이번에는 1600조 원 턱밑까지 단숨에 치솟은 것이다.
GDP 대비 공공 부문 부채비율은 73.5%를 나타냈다. 전년에 비해 4.9%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전체 GDP에서 공공 부문 빚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이후 4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오게 됐다. 특히 2020년(7.1%포인트)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이면서 GDP 대비 나랏빚 부담이 급격히 커졌다.
국가부채는 크게 D1~D3로 나뉜다. 보통 국제통화기금(IMF)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서 국가 간 부채를 비교할 때는 국가채무(D1)에 비영리 공공기관 부채를 합친 ‘일반 정부 부채(D2)’를 활용한다. 다만 우리나라는 국책 사업을 공기업 채권 발행으로 조달하는 경우가 많아 일반 정부 부채에 한국전력·한국가스공사·한국토지주택공사 등 비금융 공기업 부채를 합친 ‘공공 부문 부채(D3)’를 실질적인 나랏빚으로 따지고는 한다.
공공 부문 부채 부담이 커진 것은 일반 정부 부채와 에너지 공기업 부채가 전반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우선 일반 정부 부채는 1157조 2000억 원을 나타내며 전년보다 90조 9000억 원(8.5%) 증가했다.
GDP 대비 일반 정부 부채비율은 53.5%로 전년보다 2.2%포인트 확대됐다. 특히 IMF 통계 기준 비기축통화국 11개국의 평균 일반 정부 부채비율(53.1%)을 웃돌아 다른 나라보다 재정 건전성이 높다고 평가하기도 어려워졌다. 우리나라의 일반 정부 부채비율이 비기축통화국 평균을 상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고채가 이 기간 동안 84조 3000억 원 늘어난 것이 원인이다. 코로나19 당시 본격화했던 문재인 정부의 확장재정 정책 기조가 중앙정부 부담으로 이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2020년 이후 계속 확장재정을 펼친 효과가 누적적으로 나타난 것”이라며 “다른 선진국들은 2021년 이후 부채비율이 감소세를 보였지만 우리는 그간 누적된 부채에 의해 해당 비율이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전·가스공사의 경영난도 나랏빚을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한전과 그 발전 자회사들의 부채는 전년에 비해 46조 2000억 원 늘었고 가스공사의 부채도 같은 기간 17조 1000억 원 증가했다. 당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지만 전기·가스요금은 소폭 인상되거나 동결에 그치면서 에너지 공기업들은 공사채 발행과 차입을 늘리는 식으로 대응했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국가부채를 염두에 두고 공공요금 인상에 대한 적극적인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장기채 비중이 높고 고정 이자로 조달한 사례가 많은 데다 국내 채권자가 상당수를 차지하기 때문에 부채의 질적 수준은 양호하다”면서도 “부채의 누적 증가를 고려하면 재정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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