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관세 협상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는 일본과 미국 사이의 협상이 마무리되면서 국내 수출기업에 미칠 영향과 이에 대한 지원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이 자동차 품목 관세를 15%로 낮추면서 선방했지만 기본 상호관세(15%)가 부과되는 만큼 한국도 일정 수준의 관세는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23일 “한미 관세 협상이 어떻게 흘러 가느냐에 상관없이 손해를 보는 산업은 분명히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피해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되면서도 중요도가 높은 산업에 금융 지원책을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금융권도 관세 지원책을 강구해오기는 했다. 4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도 약 35조 원의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수립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올 4월 미국 통상 정책 대응 차원에서 20조 원 규모의 금융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IBK기업은행도 지난달 신용·기술보증기금과 통상 환경 변화 대응 차원에서 1조 원 규모의 금융 공급에 나선다고 밝혔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부과를 연기하면서 해당 프로그램도 크게 활성화하지는 않았다. 시장에서는 관세 협상 기간이 1주일가량 남았고 일본의 사례를 감안하면 한국도 금융 지원책을 본격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정부가 일본과 비슷하게 상호관세율을 10%포인트가량 낮추는 데 성공한다고 해도 국내 기업들의 이윤 감소는 불가피하다. 특히 일본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은 세율을 적용받을 경우 기업들의 타격은 클 수 있다. 기존에 한국은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경쟁국 대비 큰 관세 절감 효과를 누려왔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관세 협상 결과에 따라 금융 당국이 할 일이 많다”며 “정부 조직 개편에 힘을 쏟기보다 금융권의 기업 지원책을 조율하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과 같은 국책금융기관이 보다 원활하게 자금을 공급할 수 있도록 자본을 확충해줘야 한다는 의견도 끊임없이 나온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에서 산은의 법적 증자 한도(수권자본금)를 30조 원에서 45조 원으로 늘리기로 합의하기는 했지만 정부의 실질적인 증자가 없으면 한계가 뚜렷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산은은 50조 원 규모의 첨단전략산업기금도 신설할 계획이라 자본금 증액 필요성이 더 크다.
시중은행의 기업대출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쪽으로 제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국책 금융기관 인선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는 얘기도 있다. 금융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금융감독원·산은·수은 등 주요 기관장이 모두 공석”이라며 “이들에 대한 인선이 빠르게 마무리돼야 신속한 통상 현안 대응도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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