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애니메이션 효과가 난무하는 고사양 모바일 게임 ‘붕괴: 스타레일’이 최상급 그래픽 옵션으로 거뜬히 돌아갔다. 삼성전자의 80만 원대 스마트폰 ‘갤럭시S23 팬에디션(FE)’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도 준수한 성능을 자랑하며, 국내 유일한 매스프리미엄(준고급형) 제품으로서 시장 경쟁력이 충분해보였다.
이달 8일 국내에 출시된 S23 FE를 미리 사용해보고 받은 인상이다. 이 제품은 1080X2340 해상도, 최고 120Hz 주사율, 5000만 화소 후면 카메라, 8GB램 메모리에 외형 디자인까지 프리미엄(고급형) ‘갤럭시S’ 시리즈가 채용해온 하드웨어 사양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그러면서 가격은 84만 7000원으로 갤럭시S23보다 20% 이상 저렴하다. 높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에도 불구하고 제품을 써보기 전까지 여전히 우려됐던 부분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두뇌칩)로 ‘엑시노스2200’이 들어갔다는 점이었다. 엑시노스2200은 지금보다 한 세대, 해가 바뀌면 두 세대 뒤쳐질 구형이자 특히 발열 논란 등을 이유로 국내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지 않은 삼성전자 자체 AP인 탓이다.
하지만 제품 실사용 후 체감한 AP 성능의 아쉬움은 크지 않았다. 대표적인 고사양 모바일 게임 붕괴: 스타레일을 플레이해본 결과, 기본 적용되는 그래픽 옵션은 5단계 중 세 번째인 ‘중간’이었지만 이를 최상급인 ‘매우 높음’으로 올리고 1시간가량 구동해도 기기에 무리가 없었다. 화면을 가득 채우는 화염 마법의 애니메이션 효과는 버벅임 없이 세밀하게 묘사됐다. 발열 역시 1시간 플레이 후에도 뜨뜻미지근한 열감만 양손에 전달될 뿐 잘 제어되는 모습이었다. 배터리는 100%에서 82%로 18%가 달았으니 5시간 남짓의 플레이를 지원하는 용량이다. 전자기기 성능측정 애플리케이션 ‘긱벤치’로 측정한 벤치마크(성능점수)는 싱글코어(단일작업) 1615점으로, 동급의 퀄컴 AP ‘스냅드래곤8 1세대’가 들어간 갤럭시S22(1666점)와 비슷했다. 지난해 S22의 출고가가 99만 9000원이었음을 감안하면 S23 FE는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가격을 15만 원 낮춘 셈이다.
성능이 비슷한 두 제품을 조금 더 비교하자면 S23 FE는 카메라에서 소비자의 호불호가 갈릴 가능성이 있다. 육안으로 볼 때 S23 FE로 찍은 사진은 빛 번짐을 줄이고 채도를 높이는 인공지능(AI) 보정이 S22보다 더 강하게 들어간 모습이었다. 실제 두 제품으로 찍은 풍경 사진을 비교해보면, S23 FE 사진이 수면에 비친 햇빛이 덜 번져 수면 아래 돌멩이를 좀더 잘 표현했음을 알 수 있다. 까만 밤하늘과 별빛의 대조 역시 S23 FE 쪽이 더 선명했다. 하지만 하늘색을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과하게 표현하거나 회색에 가까운 앙상한 나뭇가지를 초록색으로 왜곡하는 부작용도 눈에 띄었다.
S23 FE는 6.4인치 대화면으로 몰입감 있는 게임 플레이와 동영상 감상을 지원하는 대신, 6.1인치 갤럭시S 기본형(167g)은 물론 6.6인치의 플러스 모델(195g)보다도 무겁다는 장단점도 가졌다. 실제로 S22와 번갈아쓰다보니 S23 FE를 들고 조작할 경우 손목의 피로가 더 금방 쌓인다는 느낌을 받았다. S23은 물론 S22보다도 후퇴한 겉면 재질(고릴라글래스5)의 내구성, 이로 인해 손으로 만졌을 때 더 저렴한 플라스틱의 재질감이 든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S23 FE는 원가절감에 따른 단점에도 불구하고 장점이 더 부각되는 제품이다. 고가와 저가로 양극화한 국내 시장에서 준수한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간 가격대 선택지로는 유일하기 때문이다. FE 시리즈가 국내에 새로 출시된 건 2020년 9월 ‘갤럭시S20 FE’ 이후 3년 만이다. 그동안 ‘갤럭시A7X’ 시리즈까지 단종되면서, 현재 국내 판매되는 제품은 그나마 이 가격대에 가까운 SK텔레콤 전용폰 ‘갤럭시퀀텀4’(61만 8200원)를 제외하면 100만 원 이상의 갤럭시S와 40만 원대 이하의 갤럭시A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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