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증권사 실전 투자 대회에 처음 나가 1등을 한 게 2007년이고 마지막으로 수상한 게 재작년입니다. 14년이 흐른 셈인데 그동안 세상이 얼마나 많이 바뀌고 얼마나 많은 기업이 생기고 또 없어졌습니까. 하지만 저는 세상의 변화와 기업 흥망에 관계없이 항상 살아남았고 수익을 냈죠. 제가 말하고 싶은 건 그런 겁니다. 10년이 지나고 20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투자 원칙, 잘 배워놓으면 세상이 아무리 변하고 시대가 달라져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진짜 투자법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국내 대표 ‘슈퍼개미’ 중 한 명인 남석관 베스트인컴 대표는 생애 세 번째이자 마지막 책이 될지도 모른다는 책 ‘손실 없는 투자 원칙’을 펴낸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1986년 처음 주식 투자를 시작해 지난 37년 동안 사실상 매년 수익을 내며 ‘전업 투자자의 전설’로도 불린다. 남 대표는 자신의 투자법과 노하우를 아낌없이 공개하는 투자자로도 유명하다. 통상 고액을 굴리는 슈퍼개미들이 이름이나 얼굴, 투자 노하우를 밝히기 꺼리고 ‘시간은 곧 돈’이라며 이익이 되지 않는 일은 가급적 피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나도 나이를 먹었고 이제는 투자에서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여유를 가지려고 하는데 지금껏 내가 쌓아왔던 것들,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이 그대로 사라지는 게 너무 아깝잖아요. 사람들이 이런 부분만 알았으면 그렇게 큰 손실은 안 볼 텐데 하는 마음으로 말을 많이 하게 되네요.”
그런 마음으로 펴낸 책은 제목 그대로 ‘손실 없는 투자 원칙’을 말하고 있다. 남 대표는 “두 번째 책인 ‘평생 부자로 사는 주식 투자’가 투자를 위한 마인드를 주로 다뤘다면 새 책은 ‘저점에 사서 고점에 파는’ 실전 매매법에 집중했다”며 “특히 매수에 나서기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주의 사항을 자세하게 적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에서 나만큼 주식을 많이 사고팔아 본 사람도 드물 것”이라며 “그렇게 축적한 경험치에 내가 쌓은 재무적 지식을 더해 쉽게 쓴 만큼 도움이 될 내용이 분명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 대표가 ‘손실 없는 투자’를 위해 특히 강조한 것은 현금 확보의 중요성이다. 일례로 남 대표 자신도 오랜 기간 실천했던 ‘현금 확보법’을 소개했는데, 1000만 원을 투자해 100만 원 수익이 나면 수익은 현금으로 빼둔 채 다시 원금 1000만 원의 초심으로 돌아가 투자하는 방식이다. 그는 “수익은 무조건 현금화하라고 조언하면 대부분 사람들이 수익을 원금에 더해 복리 효과를 내는 게 낫지 않느냐고 반박한다”며 “하지만 복리 효과를 낼 정도로 실패 없이 투자를 잘하는 사람은 100명 중 한 명밖에 안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현금이 있다는 것은 투자 시 굉장한 강점이 되는데 특히 장이 나쁠 때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게 해준다”며 “또 수익을 현금화하려면 이틀 정도가 필요한데 그동안 조급한 마음과 욕심을 제어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투자로 욕심을 부리려면 더 많이 공부해야 한다는 원칙도 강조했다. 남 대표는 “욕심이 없다면 주식을 할 필요도 없고, 그런 맥락에서 돈을 빨리 벌고 싶어하는 급등주 투자자를 탓해서도 안 된다”며 “다만 급등주 투자는 리스크가 크니 공부를 5~10배는 더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전업 투자자라 밤에 잠을 못 자는 투자는 하지 말자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며 “그렇기에 장이 나쁠 때는 주식을 보유하지 않아야 하고 손실 가능성이 높아지면 빠르게 손절해 현금을 확보함으로써 성공할 확률을 조금씩 높여간다”고 부연했다.
남 대표는 앞으로도 주식 투자로 큰 수익을 낼 기회는 많겠지만 그 기회를 잡으려면 과거보다 더 철저하게 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삼성전자 주가가 100배 올라가는 데 25년이 걸렸지만 테슬라는 10년 11개월이 걸렸다”며 “세상의 변화가 그만큼 단축됐다는 의미이고 앞으로 그 변화는 더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는 우리가 고도성장기를 지나고 있었기에 좋은 주식을 사두고 묻어두기만 하면 저절로 수익을 내는 일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기업조차 적응하기 힘든 빠른 변화가 진행되고 있기에 주식 투자 역시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더욱 철저한 공부가 필요한 때”라고 덧붙였다.
“10대부터 60~70대 은퇴자까지 요즘은 대한민국 모두가 투자를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귀동냥으로 투자하거나 유료 리딩방에서 종목을 추천받다 덜컥 손실을 보고 있죠. 언제까지 이런 투자를 할 건가요. 제대로 배워야 제대로 벌고 평생 투자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