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개관 12년 만에 선보인 첫 대규모 소장품 상설전 ‘한국현대미술 하이라이트’가 조용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외국인 관람객 비중이 여타 전시와 비교해 두 배 가까이 높아 ‘한국 미술의 얼굴’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국립현대미술관에 따르면 지난달 1일 개막한 상설전은 47일 만인 16일 누적 관람객 수 10만 2422명을 기록하며 10만 명을 돌파했다. 하루 평균 2179명이 관람한 셈으로 지난해 서울관의 인기 전시들이 하루 평균 1500여 명의 관람객을 모은 것과 비교해 호응이 높다. 특히 상설전의 외국인 관람객 수는 1만 1264명으로 전체의 11%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서울관 전체 외국인 관람객 비중 5.8%를 두 배가량 웃도는 수치이며 지난해 서울관 전체 외국인 비중(7.5%)과 비교해도 높다. 국적별로는 미국이 전체의 29.2%를 차지해 가장 높았고 유럽(27.8%), 중국(16.5%), 일본(7.7%) 순이었다.
업계에서는 자연스러운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각 나라의 국립미술관은 미술 애호가가 아니어도 관광객이라면 한번쯤 들러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곳이다. 대부분 국립미술관은 그 나라의 예술 정체성을 대표하는 작품들을 상설전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 연간 202만 명이 방문하는 국립현대미술관의 4개 전시관(서울·덕수궁·과천·청주) 중 사실상 본관 역할을 하는 서울관에도 그동안 상설전 개최에 대한 요구가 높았다.
전시 수준이 만족스럽다는 평가도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야심차게 준비한 첫 소장품 상설전은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83명의 작품 86점을 6가지 주제로 구분해 시대를 관통하는 구성으로 완성했다. 김환기·박서보·이우환·최욱경·남관 등 거장들의 작품부터 백남준·서도호·이불 등 글로벌 작가들의 대표작을 한자리에 모았다. 특히 2021년 기증받은 1400여 점의 이건희 컬렉션이 큰 역할을 했다. 김환기의 뉴욕 시대 전면점화 등 미술관의 예산으로 소장하기 어려웠던 값비싼 작품들이 확보되면서 한국 미술의 시대적 흐름을 서술하기 위한 마지막 조각이 맞춰졌다. 미술관의 한 관계자는 “추상부터 다큐멘터리까지 한국 현대미술의 엑기스 같은 작품을 모은 전시”라며 “한국 문화의 성장으로 K미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어 상설전을 찾는 외국인 관람객은 꾸준히 늘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상설전에 앞서 개막한 호주 출신 극사실주의 조각가 ‘론 뮤익’ 전시도 4일 기준 30만 관람객을 돌파하는 등 쌍끌이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론 뮤익 전시는 하루 평균 5500명이 몰리며 서울관 개관 이후 단일 전시 기준 최대 관람객을 모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관람객의 72%가 2030 젊은 세대인 점이 고무적이다. 상설전 역시 20~30대 관람객 비중이 전체의 62.2%를 차지해 젊은 세대의 미술 애호 분위기가 점차 강화되는 모습이다. 두 전시의 효과로 서울관 전체 관람객은 6월 현재 96만 명을 돌파해 지난해 같은 기간(85만 명)보다 14% 늘었다.
론 뮤익 전시는 7월 13일까지고 상설전은 폐막 날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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