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는 전공의가 몇 명쯤 돌아왔나요?”
출입처에서 대학병원 의료진을 만나면 사직 전공의 복귀 현황을 묻는 게 요즘 안부 인사가 돼 버렸다. 대개는 씁쓸한 표정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수련병원별로 사직 전공의 대상 추가 모집을 진행한 결과 총 860명이 합격했다. 지난해 2월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2000명 늘린다는 정부의 발표 직후 사직 대열에 동참하지 않고 수련을 이어가다 올 3월 승급한 전공의 등 850명과 올 상반기에 복귀한 전공의 822명에 이번 복귀자를 합치면 전국에서 총 2532명이 수련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의정 갈등 이전인 1만 3531명의 18.7% 수준이다. 여전히 80% 이상은 복귀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의정 갈등이 1년 5개월째 이어지는 동안 대다수 병원들은 겉으로 보기에 그럭저럭 돌아가는 듯 보인다. 이른바 ‘빅5’ 병원이라 불리는 서울시내 주요 수련병원들의 경우 신규 진료를 접수하기가 힘들고 수술 대기 기간이 길어졌지만 초기 혼란은 잦아들었다. 전공의 이탈에 동참했던 전임의(펠로)들이 돌아오고 정년 퇴임을 앞둔 교수들이 야간 당직에 동참하며 일부 숨통이 트인 덕분이다. 무엇보다 ‘PA(Physician Assistant)’로 불리는 진료 지원 간호사들의 역할이 컸다. 그동안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오갔던 PA 간호사들은 시범사업이라는 명목 아래 전공의들이 해오던 업무를 대신하며 공백을 메우고 있다. 1만 명 넘는 전공의들이 대거 떠나간 상황에 병원들이 적응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복지부는 현재 전국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진료 지원 인력이 1만 70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한다. 대한간호협회 추산치인 4만여 명과는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간호법이 본격 시행됨에 따라 진료 지원 인력이 더욱 늘어날 것은 자명하다. 과연 이대로 괜찮은 것일까.
복지부가 지난달 공개한 ‘간호사 진료지원업무 수행에 관한 규칙안’에는 피부 봉합, 동맥혈 천자, 골수·복수 천자, 흉관 산입 및 흉수 천자 보조 등 45개 행위가 포함됐다. 일부는 자칫 환자의 생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고위험 침습적 의료행위다. PA 간호사의 업무 범위와 교육 총괄 주체 등에 대한 논란이 크다 보니 이를 명시할 하위 법령은 입법예고조차 되지 못했다. 혹자는 간호법이 값싼 인력으로 현장을 지탱하려는 꼼수로 전락했다고 비판한다. 한국 의료계의 고질적인 저수가 문제 해결 없이 전공의에서 PA로 희생의 대상을 바꿨을 뿐이라는 지적이다. 간호법 시행과 의료 개혁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복잡하게 꼬인 의정 사태의 실타래를 풀 수 있는 첫 단추다. 전공의 부재를 간호사로 대체하려 한다면 기존 상급종합병원의 기형적 구조를 심화시키고 의료계의 폐단을 키워 전체 시스템을 무너뜨릴 수 있다. 전공의·의대생 복귀로 시작될 의료 정상화는 더이상 늦추기 힘든 문제다. 새 정부의 개혁 의지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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