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노승희의 드라이브 거리 순위는 101위였다. 이번 주 그의 드라이브 거리는 98위(226.53야드)로 3계단 올랐다. 장타자들의 득세하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비거리 100위를 오르내리는 노승희는 아주 특별한 존재다. 장타자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톱랭커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어서다. 드라이브 거리는 최하위권이지만 결코 그 단점 때문에 주눅 들지 않는다. 오히려 정확도를 높여 티샷을 자신의 장점으로 만든다. 3위(79.56%)에 올라 있는 페어웨이 안착률은 난코스, 어려운 상황에서 특히 빛을 발한다. 폭우와 안개로 인해 파행 운영된 더헤븐 마스터즈 우승도 노승희의 인내심이 안긴 선물이었다.
22일 경기도 안산시 대부도의 더헤븐 컨트리클럽(파72)에서 끝난 대회 최종일 노승희는 보기 없이 버디만 6개를 잡고 6언더파 66타를 쳤다. 합계 13언더파 203타로 이다연과 동타를 이룬 노승희는 연장전에서 6m 버디를 잡고 역전 우승에 성공했다. 지난해 6월 DB그룹 한국여자오픈에서 데뷔 5년 만에 생애 첫 우승을 거뒀던 노승희는 9월에는 OK저축은행 읏맨 오픈에서 통산 2승째를 거뒀고 다시 9개월 만에 승수를 추가했다. 우승 상금 1억 8000만원을 받은 노승희는 상금 랭킹 5위(4억187만원)로 올라섰고 대상 포인트 순위도 8위로 상승했다.
노승희는 유해란이 신인왕에 올랐던 2020년 신인 랭킹 7위로 존재감이 별로 없던 선수였다. 그해 상금랭킹 51위로 시작해 2021년 상금 45위, 2022년 상금 46위로 두각을 보이지 못했다. 그나마 2023년에는 ‘톱10’ 8회를 기록하면서 상금랭킹 22위까지 오르며 서서히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작년 2승으로 상금 랭킹 8위에 오르면서 톱랭커의 길로 들어섰다.
그의 최고 무기는 실수 없는 쇼트 게임 능력이다. 파 온을 하지 못했을 때 파 이상 성적을 기록하는 리커버리율에서 당당히 1위(73.36%)에 올라 있다. 리커버리율 2위(72.18%)가 올해 3승을 거두면서 상금과 대상 그리고 평균 타수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예원이다. 2승을 거뒀던 지난 해 리커버리율 1위(70.28%) 역시 노승희였다. 최근 13개월 동안 3차례나 우승을 쓸어 담을 수 있었던 건 정확도 높은 티샷보다는 오히려 보기 위기를 잘 넘기는 ‘슬기로운 쇼트 게임 생활’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작년 노승희는 딱 한 번 컷 탈락했다. 28개 대회에서 홀로 컷 통과를 이어가다 29번째 대회인 덕신 EPC·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유일하게 컷 탈락했다. 그 후 노승희는 다시 연속 컷 통과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11개 대회에서 한 번 컷 탈락한 적이 없다. 최근 4개 대회에서는 ‘단독 3위-공동 24위-단독 4위-우승’ 등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과연 노승희는 작년 못다 한 ‘100% 컷 통과’를 이뤄낼 수 있을까. ‘비거리 98위’ 노승희의 용감한 도전이 다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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