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초기에는 열심히 일하고 기술력만 좋으면 알아봐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우리보다 기술력이 낮은) 이스라엘 회사들이 거래를 따내는 경우가 많더군요.”
반도체 관련 소프트웨어 업체인 노타AI의 채명수 대표는 9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해외시장에서 한국 벤처캐피털(VC)의 성장 전략’을 주제로 열린 제10회 서경 인베스트 포럼에서 창업 초기를 이렇게 회상했다. 채 대표의 창업은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출신인 그는 2015년 학교에서 소프트웨어 회사를 창업하고 미국 진출을 꿈꿨다. 채 대표는 “어떻게 세계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회사가 될지 고민이 많았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면서 “누구나 인정할 만한 사람이나 기업이 우리에 대해 좋은 레퍼런스(평판)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고 말했다.
노타AI의 반전은 한국 대기업들로부터 시작됐다. 당시 노타AI의 기술력을 믿고 처음 투자한 기업은 국내 최대 인터넷 포털 기업인 네이버였다. 이후 삼성과 LG(003550), 카카오(035720)의 투자가 물밀듯이 들어왔다. 국내 대기업의 투자는 노타AI가 글로벌 반도체 회사들과 거래를 트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채 대표는 “삼성·LG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엄청나게 큰 회사”라며 “특히 한국 대기업들은 투자 전 실사를 꼼꼼히 하기로 유명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들에게 전략적 투자를 받았다는 배경이 실제 고객사들과의 관계를 풀어내는 데 긍정적으로 작동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네이버와 삼성 등의 전략적 투자가 집행된 이후 노타AI의 미국 사업은 서서히 궤도에 안착했다. 현재 회사는 팹리스(반도체 설계회사)와 파운드리(반도체 생산회사) 사이에서 칩이 효율적으로 구동하게 만들어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납품하고 있다. 기술력은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현재 고객사로 엔비디아와 인텔·ARM·르네사스 등 글로벌 반도체 회사들을 두고 있다. 채 대표는 “올 연말까지 매출이 50억 원에 이를 것”이라며 “최근 미래에셋증권(006800)과 기업공개 주관사 계약을 마치고 2025년 상반기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