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3주기 추도식이 25일 열린 가운데 그가 남긴 이른바 ‘KH유산’이 다시 한 번 조명받고 있다. KH유산은 이 선대회장이 평생 수집한 문화재와 미술품 2만 3000여 점으로 이 선대회장 사망 이후 전부 국가기관 등에 기증됐다.
이 선대회장의 콜렉션을 연구해온 김상근 연세대 신학대 교수는 “KH유산은 투자 목적이 아니라 후대에 우리 문화를 돌려준다는 취지로 수집된 작품들”이라며 “미술품 기증 외에도 감염병, 소아암, 희귀 질환, 과학, 복지, 체육 등 분야에서 그가 남긴 사회적 공헌이 대단히 크다”고 말했다.
실제 이 선대회장은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은 인류 문화의 미래를 위한 시대적 의무”라면서 “국가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회가 우리에 기대하는 것 이상으로 봉사와 헌신을 전개해야 한다”며 문화재 보존에 앞장선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선대회장의 유족들도 고인의 ‘문화 공헌’ 철학을 계승해 사회 환원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서울 광화문 월대(月臺) 복원 과정에서 용인 호암미술관에 소장돼 있던 서수상(상상 속 상서로운 동물상)을 정부에 기증한 게 대표적 사례다.
삼성은 또 최근 세계 3대 미술관으로 꼽히는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 한국실 전담 큐레이터를 운영하기 위해 200만 달러를 후원하기도 했다. 이 미술관 한국실은 1998년 이 선대회장의 후원으로 조성된 곳으로 개설 25주년을 맞아 삼성이 추가 지원에 나선 것이다.
KH유산의 면면을 살펴보면 오직 ‘1등’을 지향한 이 선대회장의 경영 철학도 읽을 수 있다. 이 선대회장의 문화재 수집을 도운 이종선 전 호암미술관 부관장은 저서 ‘리 컬렉션’에서 “이 선대회장은 물건이 좋은 것이라고 판단하면 가격을 따지지 않았다”며 “명품 하나가 전체 수집품의 격을 높여준다는 원칙에 따른 행동”이었다고 회고했다. 천재 한 명이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그의 인재 경영 철학이 미술품 하나에도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는 의미다.
한편 이날 경기 수원 선영에서 열린 이 선대회장 추도식에는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김재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등 직계가족과 정현호·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 등 삼성그룹 사장단 60여 명이 묘소를 참배했다. 이 회장은 이후 용인 인재개발원으로 이동해 사장단과 함께 이건희 선대회장 추모 영상을 시청한 뒤 점심 식사를 함께했다. 이 회장은 다만 올해는 특별한 메시지를 남기지 않았다. 27일 회장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있지만 당일 열리는 재판에 참석해야 해 별도 기념식 일정도 잡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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