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전문 채널 YTN(040300)의 새 주인으로 유진기업(023410)이 선정됐다.
YTN의 최대주주인 한전KDN과 한국마사회는 23일 그랜하얏트서울에서 진행된 YTN 지분 30.95%(1300만 주) 매각 개찰에서 3199억 원을 써낸 유진기업을 최종 인수 후보로 확정했다. 한전KDN과 마사회는 이사회에서 지분 매각을 최종 의결한 후 조만간 유진기업과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번 매각은 최고가 낙찰로 실시됐다. 유진기업은 한세예스24홀딩스(016450)와 통일교 창시자인 고(故) 문선명 총재의 3남이 이끄는 원코리아미디어홀딩스를 제치고 YTN을 품에 안게 됐다.
실제 인수 주체는 유진기업이 YTN 인수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유진기업 측의 제시 금액을 지분 100%로 환산하면 YTN의 기업가치를 약 1조 원 수준으로 봤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코스닥 상장사인 YTN의 시가총액이 2520억 원에 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총보다는 YTN의 보유 자산과 보도 전문 채널로서의 가치에 중점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YTN의 보유 자산가치는 상암동 사옥과 남산타워, 현금 등을 포함해 약 7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유진기업을 지주사로 둔 유진그룹은 재계 순위 78위로 유진자산운용·유진투자증권 등 증권·금융 기업을 비롯해 50여 개의 계열사를 보유한 중견기업이다. 유재필 유진그룹 명예회장이 1954년 창업한 건빵 생산 업체 대흥제과가 모태이며 1980년대 유진종합개발을 통해 레미콘 사업으로 확장한 후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세를 불려왔다. 최근에는 건자재 유통 사업 등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유진기업이 YTN을 최종 인수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남아 있다. 방송법에 따라 보도 전문 채널을 인수하기 전 방송통신위원회의 최다액 출자자 변경 심사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통일교 관련자가 설립한 법인으로 공영성 논란이 불거진 원코리아미디어나 특혜 논란에 휘말렸던 한세그룹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무난하게 방통위 문턱을 넘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종 인수 후보인 유진기업은 지분 취득 계약 체결 30일 이내에 방통위에 변경 승인 신청을 해야 하며 방통위는 신청 접수 이후 60일 이내에 승인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앞서 방통위 사무처는 방송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방송의 공적 책임, 공정성 및 공익성의 실현 가능성 △사회적 신용 및 재정적 능력 △시청자의 권익 보호 △대기업·언론사·외국인 등에 대한 방송사 소유 규제 등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이동관 방통위 위원장은 이날 “YTN의 최다액 출자자 변경 승인 심사는 관련 법령에 따라 엄격하고 투명하게 심사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일정을 감안하면 이르면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YTN의 최대주주 변경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진기업이 방통위 심사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차순위 낙찰 없이 재입찰에 들어간다.
유진그룹은 YTN 지분 인수를 통해 방송·콘텐츠 사업으로 재진출하겠다고 밝혔다. 유진그룹은 1997년 부천 지역 종합유선방송사(SO) 드림씨티방송에 출자한 것을 시작으로 부천·김포·은평 지역에서 40만 명의 시청자를 확보했지만 2006년 대우건설 인수를 위해 CJ홈쇼핑에 회사를 매각했다. 유진그룹은 “공정을 추구하는 언론의 역할과 신속·정확을 추구하는 방송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다”면서 “과거 SO를 한 경험이 있고 현재 음악 방송 등 채널사업(PP)을 진행하고 있다. 방통위 승인 과정을 잘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는 이날 개찰 결과를 두고 매각 작업 중단을 재차 요구했다. 고한석 YTN 지부장은 “이번 매각은 언론 장악을 위해 YTN을 자본에 넘기려는 시도”라며 “결국 여론의 심판대에 서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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