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임은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할 주권자의 취미 생활”이라며 “게임을 질병이나 해악으로 취급하려는 모든 시도에 단호히 맞서겠다”고 적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e스포츠 ‘리그 오브 레전드(LoL)’ 대표팀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며 게임을 질병으로 여기는 주장에 대해 비판한 것이다.
허 의원의 지적처럼 국제 스포츠 종목으로 인정받을 정도로 성장한 게임을 질병으로 취급하는 시선이 여전히 존재한다. 올해 8월 검찰은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 피의자인 조선을 구속기소하면서 “1인칭 슈팅 게임을 하듯 잔혹하게 범죄를 실행했다”는 표현을 썼다.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린 강력범죄의 근본 원인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마치 게임 중독이 영향을 미친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질병분류(ICD)를 따라 한국도 게임 이용 장애에 질병코드를 분류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지고 있다.
게임을 질병으로 보는 시각은 시대착오적이다. 게임은 한국 경제의 새로운 수출 상품인 ‘K콘텐츠’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게임 산업의 수출액은 86억 7287만 달러(약 11조 1073억 원)로 전체 콘텐츠 수출액의 69.6%를 차지했을 정도다.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 후보 당시 “우리 사회에서 세대 간 인식 차가 큰 대표적 분야가 게임”이라며 “게임을 질병으로 보던 기존의 왜곡된 시선을 바꿔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게임 자체가 일상생활을 하지 못하도록 중독으로 이끈다는 주장에도 반박이 쏟아진다. 시간을 많이 쏟는 행위를 치료해야 한다면 현대인이 몰입하는 대다수의 취미도 질병에 포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표적이다. “게임 과몰입은 게임 그 자체의 영향이 아닌 개인 상황에 따라 발현 여부가 결정되는 경향이 높은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게임을 질병으로 취급하는 대신 진흥 방안을 논의해야 할 때다. 이런 점에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게임 창작 개발 지원부터 해외 유통 활성화, 중국 판호 발급 확대, 불필요한 규제 철폐, 투자 활성화 여건 마련 등을 중점 추진하겠다”는 입장은 환영할 만하다. 정부의 파격적인 게임 산업 진흥책을 기대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