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에 몰입해 그림과 글귀를 새기다 보면 뇌파 수치가 떨어져요. 나무를 태우면서 나는 향으로 기분 전환되는 효과도 있고요.”
10일 강원도 영월 하이힐링원 관계자는 우드버닝의 효과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우드버닝이란 나무 도마에 인두로 그림과 글귀를 새기는 체험이다. 개인이 각자 원하는 그림·글자를 고르고 인두로 선을 따라 그리는 우드버닝은 특별한 재능이 필요한 것이 아니어서 학생부터 성인까지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다. 실제로 한 시간 남짓 집중해서 그림을 그리는 동안 머릿속 고민은 사라진다. 자신이 만든 나무 도마까지 가져가 성취감도 덤으로 맛볼 수 있다. 하이힐링원에서 제공하는 웰니스(웰빙(well-being)과 행복(happiness)·건강(fitness)을 합성한 용어) 프로그램 중 우드버닝이 인기가 많은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웰니스는 신체와 정신, 사회적 건강이 조화를 이루는 이상적인 상태를 말한다. 건강 치유 산업으로도 불리는 웰니스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중요시하는 현대인에게 의미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런 트렌드를 눈여겨보는 국내 리조트 업계는 웰니스를 비즈니스와 접목해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다. 여행지에서 이색 풍경을 즐기는 동시에 건강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매력을 내세우면서다. 관광객들이 숙면, 스트레스 해소 등을 위한 활동에 지갑과 마음을 더 쉽게 여는 경향을 겨냥해 리조트 간 웰니스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적인 곳이 강원랜드다. 강원랜드는 사회 공헌 사업의 일환으로 산림힐링재단을 만들고 2019년 하이힐링원을 개관했다. 팬데믹 기간에 문을 열었지만 3년간 3만 8000여 명이 찾을 정도로 웰니스 관광으로 입소문이 났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하는 웰니스 관광지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서울에서 세 시간이 넘는 거리에도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오는 것은 지친 몸과 마음을 쉬기에 적합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하이힐링원 관계자는 “숙박을 팔기 위해 웰니스를 하는 게 아니라 웰니스를 하기 위해 숙소를 제공하는 식으로 기획했다”며 “일본·중국·대만에서도 이용 문의가 올 정도”라고 말했다.
하이힐링원은 해발 1300m 매봉산 자락에 1급수 섬지천 계곡이 흐르는 곳에 위치해 있다. 이곳에 투숙한 고객들은 의자와 모자를 기본적으로 대여할 수 있다. 어디든 앉아서 ‘숲멍’ ‘나무멍’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대표 웰니스 프로그램으로는 △투숙객에게 도시락 바구니를 주고 숲에서 먹고 쉴 수 있는 ‘섬지골 피크닉’ △휴대폰으로 별 촬영법을 알려주고 별을 보고 쉬는 ‘별빛출사’ △해먹에 누워 음악치료사가 선정한 음악을 들으며 쉬는 ‘어울림해먹테라피’ 등이 있다. 하이힐링원 측은 “그동안은 웰니스를 위한 단체 손님만 받았는데 11~12월에는 예약 시스템을 도입해 개인 고객도 직접 받으려고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웰니스에 대한 강원랜드의 관심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하이원리조트 내 하이원웰니스센터와 숲길 등을 중심으로 각종 웰니스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한 시간 동안 직접 향을 조합해 나만의 향수를 제작하는 조향 클래스, 하루를 명상과 요가로 시작하는 프로그램 등은 올해 8개월 만에 이용객이 1만 명을 넘어설 정도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강원랜드 외에 웰니스로 고객의 발길을 사로잡은 리조트로는 강원도 홍천 ‘선마을’이 손꼽힌다.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하는 웰니스, 산림청이 선정한 국내 민영 1호 치유의 숲에 포함된 곳이다. 연간 이곳을 이용한 투숙객만 약 5만 명에 달한다. 많은 관광객이 이 리조트를 찾는 것은 이곳이 ‘디지털 디톡스’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인근에 기지국이 없어 리조트에 들어선 순간 인터넷 연결이 안 된다. 리조트에 머무는 동안 디지털 기기와 차단된다. 투숙객들은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다.
또한 리조트에서 먹고 자는 것만으로 휴식이 될 수 있도록 기획됐다. 인공 조미료를 넣지 않고 나트륨을 최소화한 식단으로 끼니가 제공된다. 비탈진 곳에 건물이 위치해 투숙객이 일부러 운동을 하지 않더라도 리조트 내에서 걸어다니는 것만으로도 운동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숙면의 습관을 길들이기 위해 객실에 저조도 조명을 설치하고 천장에는 창을 내 일출·일몰에 따라 수면하도록 디자인됐다.
울진 금강송 에코리움은 국내 최대 규모의 천연림 군락지 일대에 위치한 리조트로 산림욕을 하며 쉴 수 있다. 산림청이 국비로 조성한 1호 숲길인 울진 금강소나무숲길이 있어 피톤치드를 느끼며 산림욕을 만끽할 수 있다. 수련동의 객실은 전체 내부가 금강소나무로 마감 처리돼 소나무향을 맡으며 투숙 가능하다. 요가, 차훈 명상, 금강소나무숲 트레킹 등 요일별로 웰니스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에는 혼자 여행 와서 웰니스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가는 여행객들도 늘었다”며 “웰니스도 가격, 체험 내용 등에서 차별화를 둬야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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