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다 큰 가치는 없습니다. 생명은 세상 모든 것의 근본이고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인류가 끊임없이 새로운 질병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었던 것도 생명에 대한 외경 때문이었습니다. (중략) 동아제약은 ‘생명의 주체’로서의 인간과 ‘생명의 근원’이라는 자연을 사업 영역의 두 축으로 삼아 생명을 위한 기업으로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미스터(Mr.) 박카스, 강신호(사진) 동아쏘시오그룹 명예회장이 3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6세. 고(故) 강 명예회장은 1959년 동아제약에 입사한 후 60여 년 동안 대한민국 제약 업계의 발전을 위해 헌신했다. 고인은 그의 경영 철학대로 동아제약(현 동아쏘시오홀딩스그룹)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한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데 한평생을 바쳐왔다. 고인은 평소 “우리 회사의 사회 공헌은 신약 개발”이라 말했고 ‘박카스 대학생 국토대장정’에서 보이듯이 인재 양성에도 관심이 많았다. 특히 고인은 제약 업계 경영인 가운데 처음으로 전국경제인연합회장(제29~30대)을 맡아 전경련의 위상 제고와 함께 제약 산업이 국가 기간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강 명예회장은 1927년 경북 상주에서 고 강중희 동아쏘시오그룹 창업주의 1남 1녀 중 첫째 아들로 태어났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독일 프라이부르크대에서 박사 과정을 마친 뒤 1959년부터 동아제약에 몸담았다. 강 명예회장이 1961년 개발한 박카스는 대한민국 대표 피로 회복제로 큰 성공을 거뒀다. 박카스는 국내 시장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에도 진출하며 동아제약이 2013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기 전까지 47년간 국내 제약 업계 1위를 지킬 수 있는 대들보 역할을 했다.
강 명예회장은 또 아드리아마이신 유도체 항암제 ‘DA-125’를 1994년 보건복지부에서 국내 최초 임상 시험용 의약품으로 승인받았다. 국내 최초이자 세계 네 번째 발기부전 치료제인 ‘자이데나’와 당뇨병 치료제 ‘슈가논’ 등의 개발을 이끌며 국산 신약 발전에도 기여했다. 1977년에는 제약 업계 최초로 기업 부설 연구소를 설립했다. 1980년 우수의약품제조관리기준(GMP)에 맞는 현대식 공장을 경기도 안양에 준공하고 1985년에는 업계 최초로 GMP 인증을 받는 등 동아제약을 종합 헬스케어 그룹으로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강 명예회장이 회사를 경영하는 데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제품 개발과 우수한 인재 확보였다. 강 회장은 전문 지식과 소양만 있다면 교육을 통해 회사에 꼭 필요한 인재로 키울 수 있다고 믿었다. 그는 1959년 처음으로 1기 공개 채용을 시작했고 1980년에는 국내 제약 업계 최초로 경기도 용인에 인재개발원을 세워 사원 교육을 제도화했다.
강 명예회장이 만든 대표적인 인재 양성 프로그램 중 하나가 ‘대학생 국토대장정’이다. 박카스 대학생 국토대장정은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청년들에게 도전과 열정을 심어주기 위해 강 명예회장이 직접 기획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잠시 중단된 상태지만 박카스 대학생 국토대장정은 제1회 해남 땅끝마을 출정식을 시작으로 매년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우리 국토 600여 ㎞를 행군하는 행사로 인기를 끌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미로 ‘사회’라는 의미가 담긴 ‘쏘시오(SOCIO)’라는 단어를 기업명에 넣어 1994년 동아제약 그룹을 동아쏘시오그룹으로 바꾼 것도 강 명예회장의 의지에 따른 것이다. 그는 1987년 사재를 출연해 수석문화재단을 설립했다. 장학 사업과 평생 교육 사업 등을 후원해 1900명 이상의 장학생을 배출했다.
강 명예회장은 2017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후에도 산업계 기술 개발 활동을 지원한 점 등을 인정받아 2002년 과학기술 분야 최고 훈장인 창조장을 수훈했다.
유족으로는 아들 정석·문석·우석 씨, 딸 인경·영록·윤경 씨가 있다. 장례는 동아쏘시오그룹 그룹장으로 치러진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 발인은 5일 오전 6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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