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수탁자책임위원회가 이르면 다음 달 중 쿠팡에 주주서한을 발송할 예정이다. 대규모 고객 정보 유출 사태가 발생하면서 정보 보안을 강화하고 피해자들에게 배상을 확대하라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책위는 주주서한 발송을 위해 해외 자문사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상장기업의 경우 국민연금이 직접 주주서한을 발송하지만 해외의 경우 자문사를 통해 주주활동을 한다. 자문사를 통해 쿠팡 주주 간 연대해 우호 지분을 확대하고 압박 수위를 높이기 위한 차원이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쿠팡 지분은 약 2000억 원 수준으로 1%가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의 주주서한은 수탁자 책임 활동의 일환이다. 국민연금이 투자한 기업에 시행할 수 있는 수탁자 책임 활동은 비공개 대화, 비공개 중점 관리 기업 선정, 공개 중점 관리 기업 선정, 공개서한 발송, 주주 제안 등으로 이뤄진다. 비공개 대화는 비교적 초기 단계로 대상 기업의 개선 의지가 크지 않고 응답하지 않을 경우 주주 제안까지 나아갈 수 있다. 주주서한을 발송하면 국민연금과 쿠팡 경영진 간 비공개 대화가 시작되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주주서한을 발송하기로 결정한 것은 지난해 발생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 때문이다. 쿠팡은 지난해 11월 3300만 명의 회원 정보가 유출됐다고 발표했다. 유출된 정보에는 회원들의 성명·주소·연락처 등 민감한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은 대규모 소송전으로 비화하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집단소송이 진행되고 있어 향후 기업 존속 리스크로 번질 우려가 있다.
앞서 지난해 12월 31일 국회에서도 쿠팡에 투자한 국민연금에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한 바 있다. 당시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해외 주식인 쿠팡에 대해 위탁 운용사를 통해 투자하고 있다”면서 “해당 사안을 상당히 심각하고 우려스럽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관련 절차와 판단에 따라 조치하겠다고 했는데 주주서한 발송이 그 후속 조치다.
국민연금은 구체적으로 쿠팡에 대한 정보 보안 강화와 소비자 배상 확대 등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보안을 강화해 이 같은 정보 유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확충하고 합리적인 소비자 배상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다해 달라는 게 골자다. 다만 쿠팡 측이 주주서한에 담긴 내용을 수용하고 국민연금과 비공개 대화를 우호적으로 이어나갈 가능성은 낮게 점쳐진다.
앞서 미국 쿠팡Inc의 투자사 그린옥스와 알티미터는 22일(현지 시간) 한국 정부가 쿠팡에 대해 차별적인 대우를 하고 있다며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조사를 요청하는 청원서를, 한국 정부에는 투자자·국가분쟁해결(ISDS) 중재의향서를 냈다. 이들은 한국 정부가 쿠팡에 대해 집중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고 이 때문에 투자자들이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그린옥스와 알티미터는 전날 기준으로 쿠팡 지분을 각각 3.2%, 0.6% 보유하고 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된 쿠팡의 주가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 발표 직전인 지난해 11월 28일 대비 이달 22일 기준 약 29% 하락한 상태다. 이 때문에 쿠팡 문제가 한국과 미국 간 외교 문제로 확전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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