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공정에서 장기간 근무한 직원이 해외 경쟁업체에 우회 취업한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 전직을 제한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박범석 부장판사)는 최근 삼성디스플레이가 퇴사자인 A씨를 상대로 제기한 전직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퇴직 후 2년간 경쟁업체에 근무하거나 우회취업 등을 통해 OLED 연구·개발 업무에 종사해선 안 된다"고 결정했다.
A씨는 2008년 9월 삼성디스플레이에 입사해 2009년부터 OLED 핵심 공정 중 하나인 ELA 공정에서 일하다가 작년 1월 퇴사했다. 회사와 경쟁업체로의 이직 금지를 약속하고 약정금 8000여만원도 받았다.
이후 A씨는 지난해 8월부터 소형 의료용 레이저 치료기기를 생산하는 중국의 한 영세업체인 B 실업유한공사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삼성디스플레이는 A씨가 디스플레이와 무관해 보이는 회사를 통해 실제로는 중국 경쟁업체에 우회 취업을 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올해 3월 법원에 전직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A씨는 B사가 전직이 금지된 경쟁회사가 아니고 자신은 레이저 치료기기의 반제품 개발 업무를 담당할 뿐이라며 맞섰다.
그러나 법원은 "A씨가 경쟁업체에 우회 취업을 한 것이라는 의심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인다"며 삼성디스플레이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반드시 전직이 금지되는 경쟁업체에 취업한 사실이 명확하게 소명된 경우에만 전직금지 가처분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며 "경쟁업체로 취업한 것으로 의심할만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도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A씨가 삼성디스플레이에서 퇴사해 총 직원 수가 7명에 불과한 영세업체 B사에 실제로 취업한 것인지 의심스럽고 담당 업무와 역할에 대해 구체적으로 답변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A씨가 일한 공정은 디스플레이 분야 국가핵심기술인 아몰레드(AMOLED·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 공정 기술에 속한다"며 "A씨가 축적한 노하우를 경쟁업체가 취득하게 될 경우 해당 업체는 기술 격차를 좁히는 데 상당한 시간을 절약함으로써 부당한 이득을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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