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만여 개 사업을 대상으로 23조 원 규모의 강도 높은 지출 구조 조정을 단행하기로 했다. 역대 최대 규모인 올해(24조 원)에 이어 2년 연속 20조 원대의 고강도 지출 다이어트에 나서는 것이다. 연구개발(R&D) 예산이 7조 원, 보조금이 4조 원 줄었다. 의미 없이 줄줄 새는 재정 구멍을 막아 약자 복지 및 경제성장 동력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단순히 예산 금액을 조정하는 것을 넘어 제도 자체를 개선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등 근본적으로 재정 누수 요인을 차단하려고 애썼다”며 “윤석열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를 한층 공고히 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명분하에 건드릴 수 없는 성역으로 꼽히던 R&D 예산을 대거 칼질한 것이 눈에 띈다. R&D 예산은 올해 31조 778억 원에서 내년 25조 9152억 원으로 16.6% 줄어든다. 2조~3조 원을 신규 사업에 재배치하고 나머지는 삭감하는 등 7조 원의 구조 조정을 단행한 결과다. 기재부는 “나눠먹기·관행적으로 이뤄지던 비효율적인 R&D 사업을 손보고 도전적·성과창출형 R&D에 집중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암 예방 백신 개발 등을 위한 ‘KARPA-H 프로젝트’에 1조 9000억 원, 발사체·위성 개발 등 우주 삼각 체계 클러스터 구축에 6000억 원을 투자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다만 R&D 예산 삭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R&D 예산 자체는 빠르게 늘어났지만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기초 학문과 원천 기술 등에 대한 R&D가 강화돼왔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감사로부터) 안전하고 빠르게 성과를 낼 수 있는 R&D만 하게 되는 경향이 강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신기술 개발 등 경제성장 동력을 훼손할 가능성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조금 사업은 약 4조 원 줄어든다. 정부는 모든 보조 사업 중 △민간 수행이 더 바람직한 사업 △집행 부진 등으로 국회의 지적을 받은 사업 △부정 수급·집행이 적발된 사업을 위주로 구조 조정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다만 구체적인 사업명과 사업별 조정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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