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정 중간중간 미세구조를 계측·검사해 불량품을 걸러내는 반도체 계측(MI·Measurement&Inspection) 기술의 중요도가 점차 커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 장비와 인프라 국산화율은 5% 수준으로 낮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명준 삼성전자 설비기술연구소 MI설비개발팀 팀장은 21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2023 차세대 리소그래피 학술대회에서 연사로 나서 “반도체 MI의 국산화 비율은 구조나 두께 계측, 오버레이 마스크검사 등을 다 아울러도 5% 미만으로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라며 “칩 메이커들이 메이저 부품을 써서 설비를 개발하려고 해도 국네 메이저 부품사가 안타깝게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하이엔드(고급) 설비를 만드려면 최고 성능의 부품을 써야하는데 이 부분에서 미흡한 상황”이라며 “원천기술 강화와 산학연 협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MI 기술은 반도체 공정 중간중간 미세구조를 계측·검사해 불량품을 걸러내는 기술이다.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일종의 '눈' 역할을 하는 셈이다. 제조 공정이 복잡해지고 불량이 많아지면서 수율 개선을 위한 MI 공정 중요성과 비율은 크게 높아졌다. 향후에도 공정 미세화가 계속 진행되며 공정 제어 내 검사 장비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과제도 있다. 미세화 공정 수준을 따라갈 수 있을지와 비용 두 가지 측면에서다. 박한샘 삼성전자 설비기술연구소 MI 설비개발팀 박사는 “인공지능(AI) 중심의 소프트웨어(SW) 기술을 통한 정밀 해석으로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용 측면에선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가상계측'(VM) 기술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2020년 9월 SK하이닉스가 투자해 출범한 AI 전문기업 가우스랩스의 김영한 대표는 “MI 장비만 하더라도 캐팩스(자본적 투자)의 10% 이상 차지한다고 듣고 있다”며 “팹 운영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만큼, 문제는 '돈'”이라고 말했다. 이때 물리적인 측정 대신 데이터에 기반해 가상으로 품질을 예측하는 가상계측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일례로 올해 1월부터 SK하이닉스는 가우스랩스의 가상 계측 AI솔루션 '판옵테스 VM'을 양산 팹에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김 대표는 “현재 상용화한 판옵테스 VM 외에도 시제품 단계에 있는 수 개의 솔루션이 있다”며 “가상계측을 활용하면 전 세계에서 굉장히 많은 팹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투자비용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차세대 리소그래피 학술대회에선 김병국 이솔 대표, 박종락 조선대 교수,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전무, 안진호 HY-ISS 원장 등 주요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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