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에 근접할 정도로 가파르게 반등하면서 수입물가가 다시 들썩이고 있다.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로 진입했으나 연말로 갈수록 상승 폭이 더욱 확대돼 물가 불안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1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7월 수출입물가지수’에 따르면 7월 수입물가지수는 130.44로 전월보다 0.4% 올랐다. 5월(-3.1%)과 6월(-3.9%) 연속 하락하다가 3개월 만에 상승 전환한 것이다. 수입물가지수가 오른 것은 국제유가가 상승한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두바이유가는 6월 평균 가격이 배럴당 74.99달러에서 7월 80.45달러로 7.3% 상승했다. 유가 상승의 영향으로 광산품(3.5%)과 석탄 및 석유제품(1.3%) 등을 중심으로 물가가 올랐다. 특히 원유(6.4%), 벙커C유(2.3%), 나프타(1.9%) 등의 가격 상승세가 가팔랐다.
수출물가지수도 122.81로 전월보다 0.1% 오르면서 3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환율이 소폭 내렸으나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경유(9.7%), 제트유(9.4%), 휘발유(6.6%) 등 석탄 및 석유제품을 중심으로 수출물가가 상승한 것이다. 다만 반도체 경기 반등의 신호가 될 수 있는 수출 가격은 여전히 내림세가 나타나고 있다. 디램과 시스템반도체 수출물가는 각각 1.8%, 2.4% 하락했다.
이달 들어 국제유가 상승세가 지속되는 만큼 수입물가 역시 당분간 오름세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달 10일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89.03달러까지 오르면서 연고점을 기록했다.
수입물가 상승은 생산자물가를 거쳐 소비자물가에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 최근 한은 분석 결과 지난해 우리나라 물가가 상승한 대부분이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을 중심으로 수입물가가 크게 높아진 것이 요인인 만큼 물가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 유성욱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수입물가는 대략 1개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며 “8월이나 이후 소비자물가에 일부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까지 내렸으나 8월 이후 기저 효과가 소멸하면서 점차 반등해 연말에는 3% 안팎 수준까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근원물가 둔화 흐름이 더딘데 수입물가마저 급등할 경우 소비자물가 반등 폭이 커질 수 있다. 한은 조사국은 올 5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5%로 예상했는데 이달 수정 경제 전망에서 물가 흐름을 재점검하고 수정 전망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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