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만 해도 2023년은 경기 침체가 본격화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런 전망은 3월에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은행 파산 4건 중 3건이 발생하면서 더욱 힘을 얻었다. 그러나 주식시장은 지방 은행의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고 3월 중순 실리콘밸리은행의 파산 이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하반기 투자자들이 직면한 질문은 증시가 장기 약세장에 빠져 있는 것인가 혹은 강세장의 초입에 머무르고 있는 것인가로 좁혀진다. 답을 찾기는 만만치 않다. 시장 저변의 컨센서스는 2분기 미국 주식의 주당순이익(EPS) 성장률이 양의 값으로 전환한 후 하반기 증시는 상승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점이다. 반면 경제학자들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당분간 몇 분기에 걸쳐 둔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경기 연착륙 가능성은 최근 주택 부문의 강세로 더 힘을 얻고 있다. 주택 시장의 강세는 미국 경제가 특정 부문에서 ‘순차 침체’(Rolling Recession)를 겪을 것이란 의견에 힘을 싣는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정상화의 결과이기도 하다. 순차 침체의 경우 한 부문의 강세가 다른 부문의 약세를 상쇄해 전체 경제가 완전한 침체로 들어서는 것을 피하게 해준다.
역사적으로 볼 때, 주택이나 내구 소비재 판매는 경기침체에 들어가기 전에 위축되고, 필수 소비재나 서비스와 같이 경기 순환성이 낮은 분야는 경기침체가 시작된 후에 위축된다. 2001년과 같이 주택시장이 견조한 상태에서 경기 침체에 진입하는 경우도 있지만, 결국 과거 대부분의 경기 침체는 경기 순환 부문의 침체가 선행됐다.
경기 확장의 지속성을 지지하는 또 다른 근거는 최근 경기 회복 모멘텀이 고용 등에서 확인되고 있다는 것이고 한편으론 침체 요인들이 계속 누적된다면 경기 모멘텀은 급격히 악화하는 경우도 있었다는 사실이다.
증시에 불확실성은 언제나 존재하기 때문에 잠재적 위험 요인에 대한 주의는 필요하다. 경기 연착륙론에 힘을 싣는 논리 중 하나는 올 들어 증시가 강세를 보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의 랠리가 지속될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더구나 원유와 구리, 소형주, 하이일드 채권 등 시장가격의 성장 전망에 자주 사용되며, 경기민감도가 높은 자산들 중 일부는 과거 저점 이후로 반등을 보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시장이 하락세로 돌아선다면 와일드카드가 될 수 있는 것은 인공지능(AI) 분야다. AI를 통한 기술 혁신의 출현은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그 과정에서 이윤을 확대함으로써 비즈니스를 변화시킬 수 있다. AI의 혁신적 효과가 향후 수년간 시장에서 기대하는 것만큼 크지 않을 지라도 재무적 성과를 높여 주가의 고평가 논란을 어느 정도는 잠재워 줄 것으로 판단한다. 낙관적인 증시 투자자와 신중한 경제학자 사이에 연착륙과 경기 침체를 둘러싼 논쟁에서 어느 쪽이 승리할 지 당분간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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