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조 원이 넘는 국민 노후 자산을 굴리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역에 대한 ‘성과급 최소 지급 요건’을 15년 만에 폐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기금 운용 인력 이탈이 줄을 잇는 가운데 불안한 글로벌 증시와 치솟는 물가로 내년 성과급 지급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국민연금은 관련 제도 개편에 메스를 들었다. 국민연금은 우수 운용역 확충을 위한 추가 인프라 개선안을 마련해 기금 수익률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관련 기사 3면
13일 투자 업계와 관계 부처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산하 위험관리·성과보상전문위원회는 다음 달 회의를 열고 운용역에 대한 성과급 최소 지급 요건을 폐지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내부 지침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평균 운용 수익률이 3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초과할 경우에만 성과급을 지급할 수 있다. 다음 달 회의에서 이 같은 규정을 삭제하기로 의결하면 성과급 최소 지급 요건은 2008년 도입 이후 15년 만에 폐지된다.
국민연금이 성과급 지급 요건을 손보기로 한 것은 현 규정대로라면 내년에 사상 처음으로 운용역에게 성과급을 한 푼도 지급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고물가를 잡기 위한 전 세계적인 통화 긴축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민연금 기금 운용 수익률(-8.28%)도 마이너스로 추락했다. 이대로라면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전문 운용역 유치는커녕 기존 인력의 이탈도 가속화돼 안정적인 기금 운용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 국민연금의 판단이다. 특히 3월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연금 기금 수익률을 높일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한 만큼 정부 안팎에서 관련 논의가 속도감 있게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성과급 지급 요건 도입 당시와 달라진 투자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도 개편에 힘을 실었다. 국민연금은 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위험자산인 주식 투자 비중을 점차 높여 수익률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기금위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운용역의 통제 영역 밖인 시장 상황과 물가까지 성과급 지급 기준으로 삼는 것은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며 “같은 이유로 미국이나 캐나다 등 글로벌 연기금에는 이러한 요건 자체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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