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최다 인구에 최대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기형적 선거구를 유지하고 있는 순천의 정치 지형도에 ‘을’의 반격이 시작됐다.
순천은 순천·광양·곡성·구례 갑을 선거구로 나눠져 있는데, 순수 순천시민만 속해 있는 선거구는 ‘갑’이다. 갑 지역은 국회의원부터 광역·기초의원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그만큼 순천에서는 나름 정치적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는 민주당 갑지역위원회이지만, 을의 반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의 새 대표로 지난 2일 강성 친명(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4선 중진 정청래 의원이 선출된 가운데 순천은 갑 지역구의 김문수 의원과 을 지역구의 권향엽 의원이 서로 다른 당대표 후보를 지지했다.
두 의원이 띄운 정치적 승부수. 갑·을 김문수(박찬대 지지)·권향엽(정청래 지지) 의원의 희비가 엇갈렸다.
순천을 권향엽 의원은 정청래 후보 지지를 일찌감치 선언하며 ‘호남 개혁 정서’와 발맞춘 전략을 취했다.
자연스럽게 당내 주류로 한 단계 올라서며 중요 자리도 꿰찼다. 정 대표는 당 대표 당선 직후 비서실장에 한민수 의원, 정무실장에 김영환 의원, 대변인에 권향엽 의원을 임명했다.
권 의원은 당내에서 친명계 대표 여성 정치인으로서의 상징성과 동시에 합리적인 정책역량을 겸비한 인물로 평가 받고 있다. 특히 이번 당 대표 선거에도 핵심 역할을 하면서 당내 주류로 거듭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순천갑은 그야말로 비상이다.
정청래 대표는 당선 후에도 ‘원팀’을 강조하고 있지만, 김문수 의원의 경우 여전히 당대표 선거 과정에서 ‘부당 개입’과 ‘갑질’ 논란에 휩싸이는 등 ‘클린경선’을 희석 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문수 의원의 지역위원회 사무국에서는 선거가 과열양상을 보인 당시 순천(갑)시의원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지역위원회 사무국장은 ‘박찬대 당대표 후보 홍보 통화 건수 보고 안내’라는 제목으로 ‘박찬대 후보 홍보 SNS(카톡, 문자), 전화 건수를 7월 14일부터 8월 1일까지 매일 저녁 8시까지 문자로 보고’하도록 요구했다.
이러한 사실에 민주당 전남도당에서는 SNS를 통한 홍보활동은 가능하지만, 지방의원들에게 홍보활동 결과를 보고하도록 한 것은 “너무 나갔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문수 의원 지역위원회는 당의 지침도 아랑곳하지 않고 최종 선거 당일 까지 이러한 행위를 지속하며 논란을 더욱 키우고 있다.
특히 김문수 의원은 자신의 의견을 따르지 않은 이들을(을 지역구 순천시의원)을 반민주당 인사로 규정해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듯 공개적으로 비난하면서 지난달 28일 오전에는 페이스북에 정청래 대표(당시 후보)까지 공개 소환해 이들을 공격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지자 일각에서는 김문수 의원이 공천 주도권을 행사하는 데 제약이 생길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 속 1년이 채 남지 않은 지방선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청래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 승리에 모든 것을 걸겠다”며 사실상 총력전 체제 돌입을 예고했다.
그동안 정 대표가 강조한 부분은 ‘노 컷오프’ 방침이다.
현역 단체장들에게 안정적인 재도전 기회를 보장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이는 텃밭 호남지역의 현역 단체장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정 대표는“억울한 컷오프는 없애겠다”고도 언급했다.
단순히 현역 보호 차원을 넘어, 공정하고 투명한 공천 절차를 제도적으로 마련하겠다는 개혁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밀실 공천, 계파 논란 등으로 누적돼 온 당내 불신과 유권자의 피로감을 해소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해석된다.
정도를 넘어선 순천갑 국회의원의 민주당 당 대표 선거 운동. 사진 한 장이 불러온 파국일까….
노관규 순천시장은 민주당 당 대표 선거과정이 과열된 당시 정청래 의원과 나란히 순천만국가정원을 걷는 모습을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하며 친분을 과시, 여러 정치적 해석을 낳기도 했다.
이 사진 한 장으로 사사건건 순천 현안에 수상한 훼방을 놓으며 지역사회에서 정치적으로 영향력이 상당한 노관규 시장을 견제해 온 김문수 의원과 갑지역위원회가 당의 지침도 아랑곳 하지 않고 박찬대 후보 돕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싸늘한 시선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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