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5장 중 1장은 1년 이상 이용 실적이 없는 휴면 카드인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사들이 특정 브랜드와 서비스에 특화된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 발행을 늘린 결과 해당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줄어들어 더 이상 사용하지 않은 카드가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3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누적 휴면 카드는 총 1654만 8000장으로 비중은 18.77%에 달했다. 1분기 18.28%(1603만 장)보다 50만 장 정도 늘어난 규모다. 반면 카드사들이 발행한 신용카드는 지난 분기 8820만 장가량으로 전 분기보다 47만 장 정도 증가했다. 새로 발행된 카드만큼 1년 이상 사용하지 않는 카드도 늘어난 셈이다. 휴면 카드 수 및 비중은 지난해 3분기 1464만 2000장(17.65%)에서 꾸준히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휴면 카드는 1년 이상 이용 실적이 없는 개인 및 법인 신용카드를 말한다.
휴면 카드가 늘어난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PLCC 등 특정 제휴처에 혜택이 강화된 카드가 많이 발행된 것이 꼽힌다. PLCC는 한 가지 브랜드에 혜택과 서비스가 집중돼 있다. 카드를 발급해뒀다가 브랜드에 대한 인기가 식으면 사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아울러 카드사들은 고객 유치 경쟁을 위해 캐시백 등 혜택으로 신규 카드 발급을 유도하는데 그러다 보면 기존 카드를 장기간 사용하지 않게 될 수 있다. 여기에 2019년 신용카드에 대한 자동 해지 규정이 폐지돼 휴면 신용카드가 늘어난 영향도 있다. 1년 이상 카드를 사용하지 않으면 카드 이용은 정지되지만 5년까지 휴면 상태를 유지할 수 있고 자동 해지까지 진행되지는 않는다.
휴면 카드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고객들의 외면을 받는 카드가 많아졌다는 것을 방증한다. 일각에서는 미사용 카드 증가로 분실 등에 따른 금융사고 발생 가능성도 언급된다. 방치된 카드가 카드 복제 등 범죄에 악용될 경우 곧바로 눈치채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다만 여신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시 가맹점 혜택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바로 사용이 가능하므로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카드사들이 혜택이 많은 ‘알짜 카드’를 단종시키면서 소비자 민원은 증가하고 있다. 신한·삼성·KB·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 등 7개 전업카드사의 올해 2분기 민원은 2368건으로 전 분기 대비 51.6% 증가했다. 카드사들의 알짜 카드 단종과 혜택 축소가 이어지자 민원이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에 단종한 카드는 159개로 116개였던 지난해 연간 단종 카드 수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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