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차량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프리미엄 완성차를 중심으로 소프트웨어 중심 차(SDV)로의 전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시장 규모와 출하량 전망치가 지속해서 고공 행진하고 있다. 삼성·LG 등 국내 주요 디스플레이 업계도 차량용 OLED를 불황 속 활로로 삼고 시장 확대 추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17일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차량용 OLED 시장 규모는 올해 4억 8175만 달러에서 2027년에는 21억 7786만 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4년간 4.5배 이상 시장 규모가 커지는 셈이다.
출하량 기준으로도 올해 148만 대에서 2025년 400만 대, 2027년 900만 대를 웃돌며 4년 만에 7배 이상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기 침체와 소비 심리 위축, 경쟁사 포화 등의 요인으로 정보기술(IT) 디스플레이 시장 규모가 답보 상태에 머무르는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앞서 이 업체는 지난해 펴낸 차량용 OLED 관련 보고서에서 올해 시장 규모를 3억 6000만 달러, 출하 전망치는 종전 89만 대에서 30% 상향 조정한 114만 대로 예상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예상보다 빠른 산업 성장세가 지속되자 또다시 전망치를 올려 잡았다.
프리미엄 완성차 중심 車OLED 수요 증가
올해 들어 프리미엄 완성차를 중심으로 차량 내 OLED 탑재 비중이 빠르게 높아진 현상에 기인한다.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콘텐츠를 즐기는 공간으로 진화하면서 현대차·폭스바겐 등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SDV 전환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고 이런 추세에 따라 대형·고화질 조건을 갖춘 차량용 디스플레이 수요도 증가했다. OLED는 액정표시장치(LCD) 대비 저전력과 고화질, 가벼운 무게를 갖춰 전기차 전환 시대에 특장점이 있다. 자유자재로 곡면 구현이 가능하기 때문에 디자인적인 면에서도 자유도가 크다.
LCD 기반의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는 중국 비중이 큰 반면 차량용 OLED의 경우 국내 업체들이 사실상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지난해 차량용 OLED 시장 점유율(매출 기준)은 LG디스플레이(034220) 50.0%, 삼성디스플레이(42.7%), 중국 BOE(7.3%) 순이었다. 차량용 OLED 시장은 많은 진동과 큰 폭의 온도 변화, 먼지 등을 이겨낼 수 있는 내구성을 갖춰야 해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저가 정책이 먹히지 않는 곳이다. 기술 장벽이 높은 만큼 진입에 성공한 국내 업체 위주로 주문이 몰릴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차량용 OLED 기술이 중국 경쟁사와 최소 2년 이상의 기술 격차를 지녔다고 본다.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이라는 측면에서도 각광 받고 있다. 생산량을 미리 확보하고 사업에 돌입하는 ‘수주형 사업’이라 시황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으며 일정 수익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패널 가격 역시 IT용 디스플레이에 비해 5~6배가량 높은 고부가 사업이라는 점에서 수익성 방어에 도움이 된다.
삼성·LG 기술력 앞세워 시장 선점 몰두
고객사 확보 열기도 뜨겁다. 삼성디스플레이는 BMW·아우디 등을 고객사로 확보했고 올해 4월에는 페라리와 협약을 맺고 OLED 패널을 공급하기로 했다. 2~3년 후에는 현대차의 차세대 제네시스에도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가 탑재될 예정이다.
2019년 처음으로 차량용 OLED 상용화에 성공한 LG디스플레이는 2019년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모델에 이어 2020년부터 벤츠에 OLED 패널을 공급하고 있다. 올 하반기 출시되는 2024년형 제네시스 GV80 부분변경 모델에도 LG디스플레이의 27인치 파노라믹 차량용 OLED 디스플레이가 탑재된다. 특히 올해는 올해 유기발광 층을 2개로 쌓는 ‘탠덤 OLED’ 2세대 제품 양산을 시작하며 기술에도 힘을 줬다. 기존 1개 층 방식보다 휘도와 수명이 뛰어난 것이 장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 들어 국내 차량용 OLED 라인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견학이 끊이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며 “완성차 업체들의 OLED 선호도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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