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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시카우' 롯데케미칼 신용 강등되자…나머지 계열사도 '와르르'

■나신평, 롯데 계열사 4곳 신용등급 줄하향

케미칼 등급하향에 지주·렌탈·캐피탈도 줄강등

렌탈·캐피탈은 비우량채 전락…차환 우려 증가

올해 만기 채권만 1兆…자금조달 압박 커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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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 여력을 넘어선 롯데케미칼(011170)의 투자 행보가 도미노 악재로 작용하면서 롯데그룹 관계사 4곳의 신용등급이 일제히 강등됐다. 지난해 말부터 제기된 롯데그룹 신용등급 줄하향 우려가 결국 현실화됐다. 특히 롯데캐피탈과 롯데렌탈(089860)은 비우량채(AA- 미만)로 전락해 앞으로 기관투자가들이 외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에만 1조 원어치가 넘는 회사채 만기를 앞둔 그룹 입장에서도 차환에 대한 걱정이 커지게 됐다.

잘나가던 롯데케미칼, 순차입금 1년새 4조 불어나…업황 악화·대규모 투자 ‘발목’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전경. 사진 제공=롯데케미칼


21일 신용평가 업계에 따르면 나이스신용평가는 전날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을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롯데지주(004990)는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로, 롯데렌탈은 ‘AA-(부정적)’에서 ‘A+(안정적)’로, 롯데캐피탈은 ‘AA-(부정적)’에서 ‘A+(안정적)’로 각각 낮췄다. 한국신용평가과 한국기업평가도 같은 날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을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로 하향 조정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롯데그룹 관계사들의 이번 신용등급 줄하향이 주력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의 차입 부담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했다. 롯데케미칼은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지난 2020년부터 3년 연속 전체 계열사 중 가장 많은 매출을 일으키며 그룹 최대 ‘캐시카우(현금창출원)’가 됐다. 2021년까지는 순차입금이 마이너스(-8165억 원)일 정도로 건전한 재무 상황을 자랑했다. 총차입금보다 현금성자산이 더 많았다는 얘기다.

그러다가 올해 3월 말에는 순차입금이 3조 3162억 원으로 불어났다. 2021년 하반기부터 석유화학 업황 자체가 저하되면서 현금창출력이 급속도로 나빠진 탓이다. 롯데케미칼의 영업활동현금흐름(OCF)은 2021년 12월 1조 5352억 원에서 2022년 12월 -102억 원으로 곤두박질쳤다. 나신평은 “상당 기간 비우호적인 수급 환경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욱이 돈을 벌지 못하는 상황에서 강행하는 대규모 투자는 재무 상태를 깊은 수렁으로 몰아넣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올해부터 2025년까지 3년 간 연평균 4조 원 규모의 설비·지분 투자를 단행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들어서만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020150) 지분을 2조 4000억 원에 인수하고 인도네시아 라인(LINE) 프로젝트에 1조 9000억 원을 투자했다. 나신평은 “투자 부담이 현 시점에서 과도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롯데케미칼 강등에 지주·캐피탈·렌탈까지 ‘우수수’




롯데렌터카 제주 오토하우스. 사진 제공=롯데렌탈 제공


롯데케미칼의 재무 부담은 지주사인 롯데지주를 비롯해 롯데렌탈·롯데캐피탈의 신용도에도 연쇄적으로 찬물을 끼얹었다. 나신평 역시 롯데지주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의 이유로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 강등을 꼽았다. 롯데지주의 신용도는 계열통합 신용도, 구조적 후순위성 강도 등을 감안해 결정된다. 계열통합 신용도는 롯데케미칼·롯데쇼핑·롯데웰푸드·롯데칠성음료 등 롯데지주가 직접적으로 지배하는 계열사 4곳의 자체신용도 가중평균을 중심으로 산출한다. 롯데케미칼이 핵심 자회사인 만큼 신용도 하락이 곧 롯데지주의 계열통합 신용도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한다는 뜻이다.

양호한 실적을 내는 롯데캐피탈과 롯데렌탈도 된서리를 맞았다. 두 회사의 기존 신용등급을 한 단계씩 올리는 효과를 내던 그룹의 지원 가능성이 제거됐기 때문이다. 나신평은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 변동이 롯데그룹의 지원 능력에 영향을 줘 롯데렌탈·롯데캐피탈의 신용등급이 하락했다”며 “두 회사의 자체 신용도에는 변동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롯데캐피탈·렌탈 ‘비우량채’ 전락…자금조달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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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업계에서는 이번 롯데그룹 관계사들의 신용등급 줄강등이 시장에 적잖은 파장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우선 이번 신용등급 강등으로 비우량채로 전락한 롯데캐피탈과 롯데렌탈은 자금 조달력에 적신호가 켜지게 됐다. 한신평에 따르면 20일 기준으로 AA-급 우량채와 A+급 비우량채 3년물 간 금리 차이는 64bp(1bp는 0.01포인트)에 달한다. 같은 우량채인 AA와 AA-간 금리 차이 7bp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한 신용평가사의 관계자는 “보수적인 기관투자가들의 경우 상당수가 AA-급 미만의 회사채를 아예 포트폴리오에서 배제한다”고 전했다.

롯데캐피탈은 1분기 말 기준 1년 이내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 부채만 3조 5000억 원에 달해 ‘만기 도래’와 ‘금리 상승’이라는 이중고를 겪게 됐다. 만기가 돌아오는 빚을 더 비싼 금리로 돈을 빌려 갚아야 하는 까닭이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이달 15일 기준으로 여신전문채(카드사·캐피탈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가 발행하는 채권) AA등급과 A등급의 금리는 각각 4.37%과 6.25%로 상당한 격차가 있었다.

롯데그룹의 전반적인 차환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롯데캐피탈을 제외하고도 올해 중 만기가 돌아오는 롯데그룹 공모채는 이날 기준으로 총 1조 710억 원 규모다. 롯데케미칼 2800억 원, 롯데지주 1000억 원, 롯데렌탈 1300억 원 등 이번에 신용등급이 강등된 3개 계열사의 공모채만 전체의 절반 수준인 5100억 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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