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둔화하고 있다는 정부 진단이 다섯 달째 이어졌다. 다만 내수 회복세, 경제심리 개선 등으로 경기 하방 위험이 완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획재정부는 16일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6월호'에서 "물가 상승률이 지속 하락하는 가운데 수출·제조업 중심의 경기 둔화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기재부는 지난 2월 그린북에서 한국 경제가 둔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기재부의 '경기 둔화' 진단은 올 2월부터 이달까지 5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경기 둔화의 주된 원인으로는 수출 부진이 꼽힌다. 지난달 수출은 522억 2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15.2% 감소했다. 주요 수출품목 15개 중 수출이 증가한 품목은 자동차, 일반기계 등 2개에 그쳤다.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8개월째 역성장 중이다. 무역적자는 지난해 3월부터 올 5월까지 15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주력 산업인 제조업도 상황이 만만치 않다.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 수는 446만 4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만 9000명 줄었다. 2년 4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갈아 치운 4월(-9만 7000명)과 비교하면 감소 폭은 둔화했지만 감소세는 올 1월(-3만 5000명)부터 5개월째 지속됐다.
경제 활력으로 이어지는 설비투자도 지지부진하다. 올 1분기 설비투자는 전 분기 대비 5% 감소했다. 기계류 투자가 6.3% 쪼그라든 영향이 컸다. 기업 심리를 보여주는 전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지난달 기준 76으로 전월(72) 대비 4포인트 상승했다. 기재부는 "기업심리 개선, 기계류 수입 증가 등은 설비투자에 긍정적 요인"이라며 "제조업 평균가동률 하락, 설비투자 조정 압력 축소 등은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했다.
단 경기 하방 위험은 완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내수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경제 심리도 다소 개선됐다는 판단에서다. 올 1분기 민간소비는 전 분기 대비 0.6% 증가했다.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8로 전월(95.1)보다 2.9포인트 올랐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도 언급했다. 기재부는 "대외적으로 중국 리오프닝 및 글로벌 정보기술(IT) 업황 개선 기대와 함께 통화 긴축,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에 따른 하방 위험이 교차하며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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