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기사가 매달 사납금만 회사에 납부하고 초과 수입은 보고하지 않았다면 이를 퇴직금 산정 기초가 되는 평균임금에 산입하지 않아도 된다고 대법원이 재확인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A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퇴직금 등 청구 소송을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에 돌려보냈다.
A씨는 1999년부터 2015년까지 택시 기사로 일했다. A씨가 다니던 회사는 2004년부터 정액 사납금제를 실시했는데, 기사는 사납금만 납부하고 초과운송수입금은 자신이 가져가며 회사는 기본급과 수당 등 일정한 고정급을 지급했다. 회사와 노동조합은 2010년과 2015년 각각 맺은 임금협정에서 초과운송수입금은 퇴직금 산정에 산입하지 않는다고 정했다.
A씨는 2015년 12월31일 퇴직하면서 마지막 중간정산일(2011년 10월)부터 계산해 222만원을 퇴직금으로 받았다. 이후 초과운송수입금도 평균임금에 포함해 퇴직금을 더 달라며 소송을 냈다. A씨는 회사가 운행 기록과 카드 결제 내역 등을 관리해 초과운송수입금을 실질적으로 관리할 수 있었으므로 평균임금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과 2심은 A씨의 청구가 정당하다고 보고 각각 248만원, 446만원의 퇴직금을 추가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기존 판례와 어긋난다며 다시 재판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A씨는 초과운송수입금을 회사에 알리지 않고 개인 수입금으로 귀속시킨 것으로 보인다"며 "회사는 초과운송수입금 내역에 관여할 수 없었으므로 그에 관한 관리 가능성이나 지배 가능성도 없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초과운송수입금이 대부분 현금으로 결제됐고 A씨 택시의 운행기록만으로 초과운송수입금 규모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는 점도 판단 근거가 됐다. 대법원은 2007년에도 "사용자가 관리할 수 있거나 지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면 평균임금 산출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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