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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내 못끝내면 벌금' 마감카페, 카공족 대안 될까[똑똑!스마슈머]

日서 글·그림 등 '원고 집필자' 대상 운영

카페 메뉴 초간단, 콘센트·와이파이 완비

입장전 이용 시간·시간내 목표 등 적어야

스태프 중간 체크 빈도도 선택 사항 포함

목표완성까지 결제·퇴장 불가→영업후엔

시간당 원래 이용료 10배 벌금 할증 붙어

마감 쫓긴 만화작가·논문 대학생등 이용↑


올 여름 최악의 폭염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지난 16일부터 전기료가 일제히 오르면서 자영업자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특히 여름철 더위를 피해 장시간 매장 자리를 차지하고 각종 전자 기기를 충전하며 공부하는 일명 ‘카공족(카페 공부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카페 사장들은 전기료 아끼기의 하나로 ‘1인 1 메뉴 의무화’, ‘시간 제한’, ‘콘센트 없애기’ 등 카공족 퇴치를 함께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일본에서 화제가 된 ‘마감 카페’가 카공족에 대한 흥미로운 접근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카페’보다 ‘마감’이 우선인 원고집필 카페


일본 스미다구 고엔지에 자리한 원고집필 카페 ‘삼각지대’를 방문한 고객이 노트북을 펴고 이날 목표로 정한 문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송주희기자




일본 스미다구 고엔지(高円寺)에 자리한 한 카페는 지난해부터 일본은 물론 해외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곳은 친구와 대화를 나누거나 맛있는 디저트를 먹기 위해 오는 장소와는 성격이 사뭇 다르다. 방문하는 사람 대부분은 노트북과 이어폰, 서류 뭉치를 들고 온 1인 손님이다. 미리 예약한 시간에 맞춰 입장한 사람들은 칸막이가 설치된 책상으로 안내받는다. 이때 점원이 가져다주는 것은 메뉴판이 아니다. 이곳의 이용 수칙이 적힌 종이 아래엔 방문 목적과 선택 사항을 적어 넣어야 한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수칙은 보고서, 결재 서류, 논문, 그리고 기사 등 ‘마감에 똥줄 타본’ 누군가에겐 다소 공포로 다가올 수도 있을 듯하다. ‘원고를 다 쓸 때까지는 카페에서 나갈 수 없습니다.’ 그 아래에는 ‘이 카페에서 어떤 원고를 쓸 계획인지’를 기재해야 한다. 그 다음 ‘마일드’, ‘노멀’, ‘하드’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커피의 강도를 묻는 게 아니다.

원고를 다 쓸때까지 계산도 퇴장도 못해요


원고집필 카페에 입장하면 고객은 ‘목적을 달성하기 전까지 계산할 수 없다’, ‘폐점시간을 넘기면 과금이 있다’ 등 이용수칙 안내가 적힌 종이를 받는다. 내용을 숙지한 뒤 이날 정한 원고 목표와 점원에 의한 중간 체크 빈도 등을 기재해 제출해야 한다./삼각지대 홈페이지


사실상 원고를 작성하는 동안 얼마나 자신을 괴롭혀 줄지 부탁하는 내용이다. 카페 관계자가 ‘잘 쓰고 있어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나요?’ 등 질문을 던지며 적당한 긴장감(혹은 압박감)을 불어넣는 빈도를 의미하는 것이다. 마일드는 그냥 내버려두는 것, 노멀은 1시간에 1번, 하드는 30분에 1번이다. 이 독특한 공간은 분명 건물 외벽에 ‘카페’라는 간판을 달았다. 기존의 카페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카페’ 앞에 ‘원고 집필’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는 점이다. 이곳은 지난해 4월 문 연 고엔지의 원고 집필 카페 ‘삼각지대’다.

(참고로 기자가 이곳을 방문했을 때, ‘원고 집필 카페 취재’를 이날의 원고 목표로 적었고, 이 부분까지 작성했을 때 스태프가 와서 첫 번째 ‘얼마만큼 진행됐느냐’는 질문을 건넸다. 20% 정도 썼다고 하니 ‘힘내세요’라는 응원의 말과 함께 쟁반에 간식을 권하고는 자리를 떴다.)

일본 도쿄 스미다구 고엔지에 자리한 원고집필 카페 ‘삼각지대’의 외관/송주희기자


일본 도쿄 스미다구 고엔지에 자리한 원고집필 카페 ‘삼각지대’의 내부 전경. 이탈리안 바(bar)로 이용했던 공간 인테리어를 그대로 두고 인터넷, 콘센트 등 원고 작업에 필요한 시설을 추가해 꾸몄다./송주희기자


코로나로 애물단지된 공간, 동영상 편집카페서 마감 카페로


이 카페는 원래 영상 제작업을 하는 가와이 타쿠야씨가 2019년 술을 마시면서 대화하는 콘셉트의 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빌린 장소였다. 이탈리안 바(bar) 카운터와 주방 인테리어를 살려 활용하려던 가와이 씨의 계획은 그러나 코로나 19로 불가능해졌다. 애물단지가 된 공간을 어떻게든 활용하고자 했던 그가 처음 생각한 것은 ‘동영상 편집 카페’였다. “원래 목적대로 쓸 수 없게 된 장소를 창의적인 용도로 사용하면서 코로나 때문에 혼자 오는 손님을 채워 넣을 방법을 생각하다 보니 동영상 편집 카페가 떠오르더군요.” 알음알음 사람이 모였고, 이후 모객을 위해 대상을 ‘동영상 편집’에서 ‘광의의 원고’로 확대해 지금의 형태를 갖추게 됐다.

삼각지대에는 집중력을 발휘해 원고를 마감해야 하는 사람들이 많이 방문한다. 카페에서 카페의 이야기를 만화로 그려 잡지 마감을 끝낸 작가의 작품이 한쪽 벽에 붙어 있다./송주희기자




반응은 뜨거웠다. 팬데믹으로 텔레워크(재택근무)가 늘어난 가운데 업무에 집중하기 어려운 사람들부터 집중력을 발휘해 마감까지 보고서를 내야 하는 학생, 발표 자료를 만들어야 하는 회사원 등의 예약이 쇄도한 것이다. 가와이씨는 “교실이나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 외에 직장인이나 대학생, 직업 작가 중에는 집중할 수 있는 장소를 찾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더라”며 “(원고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카페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게임의 룰 덕에 반복 방문객 비율도 큰 편”이라고 설명했다.

애초 목적이 원고 집필 등 창작 작업에 있다 보니 음료는 공간 구석에 셀프로 간단한 차, 커피를 마시게 돼 있고, 도중에 배가 고프면 길 건너 편의점에서 간단한 음식을 사다 먹거나 우버 이츠로 배달시켜 먹을 수도 있다.

제때 못끝내면 10배 할증…"진짜 낸 사람 있어요"


원고 집필 카페 사장인 가와이 타쿠야씨가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느냐’는 질문이 담긴 팻말을 들고 서 있다. 카페 직원들은 고객이 요청한 빈도에 따라 시간에 맞춰 고객에게 다가가 해당 팻말을 들어 보이며 원고 진행 상황을 점검한다./송주희기자


이곳에서 ‘제때 마감하지 않으면 안 되는’ 가장 큰 이유는 ‘10배 벌금’에 있다. 이 카페는 카운터 석은 30분에 240엔, 1시간에 480엔의 이용료를 받고 테이블 석은 30분에 360엔, 1시간에 720엔을 받는다. 중요한 것은 영업 종료 시간(월, 요일마다 다름)까지 목표치를 완성하지 못할 경우 마감 때까지 1시간에 카운터석 이용료의 10배에 해당하는 4800엔을 내야 한다는 점이다. 이 돈을 낸 사람은 있을까? 가와이씨는 “지금까지 딱 한 명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원고 집필의 목표 달성 여부는 자기 신고제”라며 “일일이 나나 스태프가 실제로 달성을 했는지를 점검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본인이 마감했다고 하면 ‘목표 달성’으로 인정하고 결제를 해주는 시스템이다. 가와이씨는 “밤늦게까지 남아 있는 손님이 있다 보니 야간 택시비라도 받아야겠다는 생각으로 10배 벌금 제도를 만들었다”고 웃어 보였다.

삼각지대의 가와이 사장은 방문객들의 이용 시간과 원고 목표, 달성 여부 등이 적힌 주문서를 모두 모아두고 있다./송주희기자


회전율 떨어져 임대료 겨우 나오는 수준이지만…


사실 원고 집필 카페가 “돈이 되는 사업 모델은 아니”라는 게 가와이씨의 설명이다. 장시간 작업하는 사람들이 손님들이다 보니 테이블 회전이 빠르지 않기 때문이다. 가와이씨는 “나도 영상 제작이라는 본업이 있기 때문에 이곳에서는 월세만 버는 정도로 만족하고 있다”며 “다만, 이런 식의 모델이 확대되고 정교화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는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이곳에서 이곳의 이야기를 그린 작가의 만화가 만화 잡지에 실리기도 하고(실제로 카페 한쪽 벽엔 그 만화가 붙어 있었다), 계산할 때 ‘예상보다 빨리 끝내서 남은 시간에 다른 일을 할 수 있게 됐다’고 기분 좋게 돌아가는 손님도 있다”며 “많은 사람이 와서 집중해 창의적인 작업을 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기자가 마감 시간 10분을 남겨두고 계산을 할 때 입장한 싱가포르 출신의 유학생은 1만 자 분량의 논문 중 30%를 이날 카페에서 완성한다는 목표를 잡았다고 했다. 호기롭게 ‘하드’를 선택한 그녀는 이날 추가 요금 없이 카페를 나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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