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구에 들어서자 밝은 조명 아래 신비로운 음악소리가 들린다. 사람 키보다 높은 화려한 조형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더 가까이서 보니 아래로 공기를 불어 넣는 케이블이 눈에 들어온다. 이 작품은 ‘에어매스’ 방식으로 조각됐다. 내부에 공기를 주입해 압도적인 공간감을 냈다. 이 때문에 크기가 작은 일반 조형물과는 다른 느낌을 줬다.
25일 찾은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잠실점 6층 롯데갤러리. 이곳에선 권오상 작가의 개인전 ‘에어매스: 바람이 다니는 길’이 열려 있었다. 권오상 작가는 사진과 그래픽을 테마로 작품을 만들어낸다. 아이돌 가수나 유명인에서 모티브를 따기도 한다. 활발한 협업과 독특한 예술성으로 대중에게도 잘 알려진 작가다.
전시장 가운데 위치한 기둥은 거울을 활용해 디자인했다. 그 주위로 여성 의류가 걸려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날 하루만 전시된 패션 브랜드 ‘잉크(EENK)’의 컬래버 상품이다.
이번 전시는 삼자 협업의 결과로 탄생했다. 기획은 롯데백화점이, 패션 의류는 잉크가, 전시 작품은 권오상 작가가 맡았다. 잉크는 이혜미 디자이너가 2015년 선보인 패션 브랜드다. 메시지와 이미지를 출력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에 예술 공간을 마련한 경우는 많았지만 미술품과 상품을 함께 전시하는 건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전시 공간으로만 활용됐던 롯데갤러리는 마케팅에 직접 활용됐다. 작가와 디자이너는 서로의 작업물에서 영감을 주고받았다. 색상와 톤을 맞춘 덕에 전시 공간에서 위화감을 찾아볼 수 없었다.
롯데백화점과 잉크는 올해 가을과 겨울에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되는 상품들을 공동으로 기획했다. 이날 행사에서 공개된 단독 컬래버 상품 11종이 그 결과물이다. 이 밖에도 잉크는 가을·겨울(FW) 시즌 신상품 24종을 함께 선보였다. 이 상품들은 이날 오후 1시부터 7시까지 사전 예약 주문을 받았다. 주문 생산을 거쳐 가을께 고객에게 전달되기 시작한다.
9월부터는 롯데백화점이 운영하는 편집숍인 ‘엘리든’ 매장에서도 단독 상품을 정식으로 판매한다. 엘리든은 롯데백화점 명동본점과 잠실점, 부산본점 등 3개 점포에 자리잡았다. 롯데백화점 엘리든팀의 바이어들은 국내외에서 주목 받는 브랜드를 직접 선별해 소개한다. 이번 협업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도 특히 공을 들였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갤러리를 찾은 방문객 수는 700여 명에 달한다. 방문객과 사전 구매 고객의 약 70%는 2030세대였다. 사전 예약에선 △플라워 자카드 베스트 △패턴 울재킷 △핀턱 타이 블라우스가 인기를 끌었다고 전해졌다.
잉크의 패션쇼가 예정된 이날 오후 8시경 잠실 롯데타워 야외광장에선 어수선했던 장내 분위기가 갑자기 변했다. 음악이 바뀌면서 6m에 달하는 에어매스 사이로 모델들이 걸어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런웨이에서 모델들이 걸친 옷은 잉크가 선보일 2023년 가을·겨울 신상품들이다. 뒤편에 자리한 에어매스 역시 권오상 작가의 작품이다. 잉크가 새롭게 선보이는 의류에서 사용된 패턴이 그에게 영감을 줬다.
인플루언서들과 패션업계 종사자들이 참석한 런웨이 외부에도 패션쇼를 관람하려는 인파가 몰렸다. 오프라인 공간을 활용해 소비자들의 이목을 끄는 데 성공한 롯데백화점은 향후에도 이 같은 행보에 나선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이번 행사는 ‘아트&패션 프로젝트’의 첫 결과물”이라면서 “아트와 패션을 접목한 기획을 하반기 늘려나가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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