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기술로 만든 가공의 얼굴을 내세워 120억 원을 편취한 ‘로맨스 스캠’ 부부 사기단이 성형수술을 통한 신분 세탁 시도에도 불구하고 결국 국내로 강제 송환됐다. 초국가 범죄 대응을 위해 구성된 범정부 태스크포스(TF)는 23일 이들을 포함해 캄보디아에서 각종 범죄를 저지른 한국인 조직원 73명을 전세기에 태워 압송했다.
이들 부부는 수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거점을 두고 조직적인 범행을 이어왔다. 아내는 주로 남성을 타깃으로 삼아 미모의 가상 인물을 내세운 로맨스 스캠을 벌였다. 남편은 반대로 여성을 상대로 범행을 주도하며 조직의 ‘총책’ 역할까지 겸했다. 이들이 104명의 피해자로부터 가로챈 금액은 120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2월 현지에서 체포됐을 당시에는 현지 경찰에 뇌물을 뿌려 풀려나기도했다. 이후 쌍꺼풀과 코 등을 두 차례 수술하며 용모를 바꾸고 은신처를 옮겨 다니는 등 철저하게 도피를 준비했다.
부부 사기단의 송환에는 법무부의 국제 공조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법무부는 부부가 석방됐다는 정보를 입수한 직후 현지에 담당 검사를 급파했다. 당시 캄보디아 정부는 정치범 맞교환을 조건으로 내걸며 협상을 시도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지속적으로 설득한 끝에 조건 없는 송환을 이끌어냈다. 전성환 법무부 국제형사과 검사는 “지난해 5월 캄보디아 법무부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고 이후 동남아 공조 네트워크를 통해 10회 이상 화상회의를 하며 현지 정부에 송환의 당위성을 피력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부부는 지난해 7월 캄보디아 경찰에 다시 체포됐고, 범죄인 인도 재판을 거쳐 이날 국내로 압송됐다.
부부 사기단을 포함해 한국인 피의자 73명을 태운 전세기는 이날 오전 9시 41분께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단일 국가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의 강제 송환이다. 피의자들은 캄보디아 시아누크빌과 포이펫 그리고 몬돌끼리 등 7개 단지에 거점을 두고 한국민 869명으로부터 총 486억 원 상당을 가로챈 것으로 파악됐다. 전체 송환 인원 중 70명이 로맨스스캠과 투자 리딩방 운영 등 사기 혐의자다. 나머지 3명은 인질 강도 및 도박 혐의에 연루됐다.
이번 대규모 검거에는 캄보디아 측과 공조를 통해 현지에 배치한 경찰 ‘코리아 전담반’의 활약도 있었다. 이재영 경찰청 국제치안협력국장 직무대리는 “한 사무실에서 캄보디아 측과 실시간으로 첩보를 공유한 덕분에 이번 송환 인원 중 68명을 직접 잡아낼 수 있었다”며 “범죄가 근절될 때까지 기한을 정하지 않고 전담반 운영을 지속할 방침”이라고 했다.
공항에 도착한 피의자들은 곧바로 전국 수사관서에 분산 압송됐다. 유승렬 초국가범죄 특별대응TF 수사기획조정관은 “우리 국민에게 피해를 끼치는 범죄에 대해 국내외를 막론하고 끝까지 추적 검거해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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