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 양극화의 주요 요인으로 꼽히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4년 만에 다시 벌어지고 저임금 근로자 비중이 9년 만에 늘어나는 등 불평등 확대에 대한 경고등이 켜졌다. 대기업 노조 중심의 정규직과 중소기업·비노조를 근간으로 한 비정규직 간의 근로 환경 격차 해소를 위해 정부가 노동 개혁의 고삐를 더욱 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고용노동부가 23일 발표한 지난해 6월 기준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정규직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은 1만 7233원이었다. 정규직 임금(2만 4409원)의 70.6%로 전년보다 2.3%포인트 하락했다. 결국 이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가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지표는 고용형태별 임금 양극화를 여실히 보여준다. 2014년 62.2%를 기록한 후 매년 추세적으로 오르다가 2021년 72.9%로 정점을 찍고 2018년(68.3%)에 이어 지난해 다시 하락세로 전환했다. 지난해의 경우 근로 일수가 줄면서 비정규직들은 임금이 감소했지만 기득권 노조를 중심으로 한 정규직의 월급은 유지되면서 격차가 다시 벌어졌다는 분석이다.
기업 규모별 임금 격차도 확대됐다. 300인 이상 사업장의 정규직 임금을 100으로 보면 300인 미만 사업장의 비정규직 임금은 43.7%로 전년 대비 1.8%포인트 떨어졌다. 중위 임금(월 314만 6000원)의 3분의 2 미만인 저임금 근로자 비중도 16.9%로 전년 대비 1.3% 포인트 올랐다. 2013년 24.7%를 기록한 후 매년 하락세를 보이던 이 비율이 증가세로 전환한 것은 9년 만이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대기업·정규직이 만든 1차 노동시장과 중소기업·비정규직이 형성한 2차 노동시장으로 나뉜 층을 뜻한다. 이날 발표처럼 두 층이 임금을 중심으로 격차가 크게 벌어져 있다는 게 문제다.
정부는 대기업에 만연한 임금의 연공성을 낮추고 직무와 숙련·성과 중심의 임금 체계를 확산하는 방향의 노동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1차 노동시장에서 과도하게 오른 임금 수준을 낮춰 2차 노동시장과 차이를 줄이겠다는 복안을 가졌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상생임금위원회를 열고 “대기업·정규직·노조원인지에 따라 일에 대한 보상과 보호 수준이 달라지는 이중구조는 청년의 희망을 박탈한다”며 “다음 달에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 방안 등이 담긴 이중구조 개선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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