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생태계에서 기업간거래(B2B) 사업을 담당하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서비스 안정성을 높여주는 ‘멀티 가용영역(AZ)’과 데이터 처리 속도를 끌어 올려주는 ‘스마트닉’과 같은 기술을 바탕으로 기업용 클라우드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클라우드는 데이터나 소프트웨어 등을 대형 서버에 저장해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게 하는 서비스로, 글로벌 시장에서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마이크로소프트(MS)·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과점하고 있다.
이경진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 내정자는 16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AWS와 같은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CSP)와 B2B 시장에서 제대로 맞붙겠다”며 사업전략을 공개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내세운 비장의 카드는 멀티 AZ·스마트닉·트랜짓게이트웨이(TGW) 등의 기술·서비스로 요약된다. 멀티 AZ는 데이터 센터 내 특정 가용영역에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여타 가용영역을 활용해 끊김없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이다. 글로벌 1위 프로그래머블반도체(FPGA) 업체 자일링스와 공동 개발한 반도체 스마트닉은 서버의 중앙처리장치(CPU) 사용률을 50%이상 낮추는 방식으로 전력소비량을 줄이고 프로그램 가동 속도를 높여준다. TGW는 가상개인 클라우드와 기업이 자체 보유한 서버 간의 통신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로, 서로 다른 클라우드 간의 연계를 돕는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클라우드 서비스 확대를 바탕으로 실적 반등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지난해 영업손실 규모는 전년 대비 500억 원 이상 늘어난 1405억 원 수준으로 업무·물류 플랫폼 등 사업을 확장할 수록 손실이 늘고 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최근 클라우드 중심의 사업방향 재편을 목표로 클라우드 부문장이던 이경진 부사장을 신임 대표로 내정하는 등 조직개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만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이 같은 ‘클라우드 올인(all-in)’ 전략이 성과를 내려면 상당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클라우드 시장은 AWS(62.1%)와 MS(12.0%) 등 글로벌 빅테크가 과점하고 있다. 여기에 네이버·KT·NHN 등 국내 기업 간 점유율 다툼도 치열한 상황이다. 특히 카카오는 현재 여타 기업과 달리 자체 데이터센터가 없으며 경기도 안산 한양대 에리카캠퍼스에 구축 중인 데이터센터는 내년에나 가동이 가능하다. 이 대표는 이 같은 전망과 관련해 “올해는 클라우드 분야에서 ‘글로벌 탑티어(top-tier·일류)’를 목표로 기술 고도화에 매진하겠다”면서도 시장점유율 목표치 및 이익전환 가능 시점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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