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인상의 선결 조건으로 통하는 한국전력의 ‘자구 노력’과 정승일 사장의 사퇴가 12일 이뤄지면서 당정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당장 국민의힘과 정부·대통령실은 14일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고위당정협의회를 연다. 회의에는 국민의힘의 김기현 대표와 박대출 정책위의장, 한덕수 국무총리,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 등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한전이 이날 발표한 25조 7000억 원 규모의 자구책을 평가하고 2분기(4~6월) 전기요금 인상 폭과 시기도 다룰 가능성이 있다.
이어지는 15일 당정 협의에서 전기요금 인상안을 최종 도출할 가능성이 높다. 주도권을 쥐고 있는 여당이 국민 부담 최소화를 1순위에 두고 전기요금 인상 논의에 임하고 있는 만큼 ㎾h당 7원대 인상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올 3월 말 전기요금 인상 결정이 잠정 연기됐을 때 정부는 7~10원 등 여러 시나리오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에 따르면 ㎾h당 7원이 오르면 월 전기요금은 1인 가구의 경우 평균 1830원, 2인 가구 2300원, 4인 가구 2440원이 각각 인상될 것으로 추산된다. 10원이 인상되면 1인 가구는 2620원, 2인 가구는 3280원, 4인 가구는 3480원씩 오른다. 만약 인상 폭이 결정되면 한전 이사회와 산업통상자원부 전기위원회 의결 이후 적용될 예정이다. 소급 적용 없이 전기요금 인상 발표 다음 날부터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2분기 전기요금 인상 폭이 7원대로 확정될 시 상반기 인상 폭은 1분기(13.1원)와 2분기(7원대)를 더해 총 20원대에 머무른다.
전문가들은 전기요금이 ㎾h당 7원 오르면 한전이 올 하반기에 2조 원가량의 영업손실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 들어 석 달 사이 6조 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낸 한전에는 결코 충분하지 않다. 앞서 정부는 2026년까지 한전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해 올해 전기요금을 ㎾h당 51.6원 올려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한 바 있다.
한전으로서는 하반기 전기요금이 추가 인상돼야 하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 4월 총선이 다가올수록 표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공공요금에 손을 대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한 에너지 공기업 관계자는 “2분기 전기요금 인상이 지연되면서 추가 인상 얘기조차 꺼내기 어려워진 게 사실”이라며 “내년 4월 선거 이후까지 추가 인상이 물 건너간 듯하다”고 우려했다.
한편 한전의 손실로 재무 건전성이 악화된 산업은행은 18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1200억 원 규모의 신주 발행 안건을 의결하기로 했다. 주당 5000원에 총 2400만 주가 발행되는데 정부가 전량 사들인다.
정부가 산은에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산은의 건전성 지표가 2000년 이후 최악이기 때문이다. 한때 16%에 육박하던 산은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은 13%대까지 떨어졌다. 한전의 대규모 적자가 결정적 원인이다. 한전의 적자는 지분법으로 고스란히 산은 재무제표에 반영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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