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0억원대 전세사기 혐의를 받고 있는 이른바 '건축왕' 일당이 '범죄단체'로 인정돼도 최대 징역 15년을 선고받는 데 그칠 전망이다.
25일 경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건축업자 A(61)씨 일당 61명의 전세사기 혐의 액수는 388억원이며 피해자 수는 481명이다.
지난달 15일 A씨를 포함한 주요 인물 10명이 먼저 기소될 당시에는 125억원이었으나 최근 추가 수사로 3배 수준까지 늘었다.
사기죄의 법정형은 징역 10년 이하이지만 2건 이상의 사기를 저질렀다면 '경합범 가중' 규정에 따라 법정 최고형에서 최대 2분의 1까지 형을 더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경찰이 현재 파악한 A씨의 사기 혐의 건수가 481건으로 2건 이상이기 때문에 사기죄의 법정 최고형인 징역 10년에 그 절반인 징역 5년을 더할 수 있다.
경찰은 이들이 조직적으로 전세사기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A씨를 범죄단체조직죄로 추가 기소해 유죄가 나오더라도 그가 받는 형은 최대 징역 15년에 그친다.
이는 범죄단체조직죄는 범죄단체를 만든 목적인 해당 범죄의 형량으로 처벌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조직 내 지위와 상관없이 조직원 모두 같은 형량으로 처벌할 수는 있지만 법정 최고형이 늘어나지는 않는다.
A씨의 경우에도 범죄단체조직죄가 유죄로 인정되더라도 전세사기를 범행 목적으로 보기 때문에 최대 징역 15년인 법정형은 달라지지 않는다.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1건의 사기와 481건의 사기는 판사가 법정형 내에서 선고할 형량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면서도 "2건 이상부터는 법정 최고형이 모두 같기 때문에 A씨에게는 징역 10년의 절반인 징역 5년만 추가된다"고 말했다.
이어 "범죄단체조직죄가 적용돼도 재판부가 죄질이 좋지 않다고 보고 징역 10년을 징역 15년으로 올려 선고할 수는 있어도 징역 15년을 초과해 선고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세입자 126명으로부터 전세보증금 123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된 사기범이 지난해 11월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A씨 일당은 이 사기범보다 훨씬 많은 388억원의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데도 법원이 최대로 선고할 수 있는 형량은 같을 수밖에 없다.
다만 A씨 일당에게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하면 사기죄로는 할 수 없는 범죄수익 몰수·추징이 가능하다.
이마저도 동결시킬만한 A씨 일당의 현재 재산이 범죄 혐의 액수에는 턱없이 모자란 탓에 피해자들이 향후 법원에 배상 명령을 신청해도 떼인 전세보증금을 온전히 돌려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 다른 변호사는 "보통 전세사기는 범행을 각각 쪼개 기소하는 경우가 많다"며 "범죄수익이 50억원을 넘으면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보다 형량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원의 배상 명령이나 민사소송을 통한 피해자들의 보증금 반환도 A씨 일당의 재산이 남아 있어야 가능하다"며 "현재까지 진행된 수사 상황을 봤을 때 A씨 일당이 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