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 미생물 환경이 혈액암 치료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김석진·윤상은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팀은 CJ(001040)바이오사이언스와 2019~2021년에 미만성거대B세포림프종(DLBCL)으로 진단받은 환자의 장내 미생물을 분석한 결과 이러한 연관성을 확인했다고 24일 밝혔다.
DLBCL은 체내 면역반응을 담당하는 B림프구에 발생한 혈액암이다. 국내에서 한해 림프종으로 진단받는 환자 6000여명 중 40%를 차지할 정도로 발병률이 높다. DLBCL은 치료하지 않으면 공격적으로 진행돼 위험하지만 B림프구를 겨냥하는 단일클론항체와 항암화학요법을 병행하면 75~80% 이상의 환자가 효과를 본다. 그럼에도 치료반응이 없거나 치료 후 재발하는 환자가 40%로 적지 않다. 항암화학요법의 부작용으로 호중구감소증이 유발되어 감염이나 패혈증이 생기면 치명적 합병증으로 이어지기도 해 치료에 어려움이 많았다.
연구진은 DLBCL 환자 158명의 대변 검체 유전자를 분석해 장내 미생물의 상태와 현황 등을 파악하고 나이, 성별을 고려해 건강한 일반인 대조군과 비교했다. 그 결과 DLBCL 환자는 건강한 사람과 달리 마이크로바이옴 장내 환경의 균형이 깨져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인체에 사는 세균, 바이러스 등의 각종 미생물을 총칭하는 용어다. 70kg 성인 기준 약 38조 개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분석에 따르면 DLBCL 환자들은 마이크로바이옴을 구성하는 미생물 종의 다양성이 현저하게 낮았고 유해균에 해당하는 엔테로박테리아와 수테렐라가 더 많았다. 치료를 가로막는 부작용 중 하나인 열성 호중구 감소증도 엔테로박테리아와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 열성 호중구 감소증은 38.3도 이상의 고열과 함께 백혈구 수치가 감소해 면역력이 현저히 떨어진 상태로 지속될 경우 기존 치료를 더 이상 진행하기 어렵다.
김석진 교수는 “전장유전체분석을 통해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환자의 마이크로바이옴을 분석해 상관관계를 밝힌 첫 연구”라며 “림프종 치료성적을 높이기 위해 장내 미생물 불균형을 조절하는 추가 연구를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혈액학 분야 국제학술지 '블러드'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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