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중국의 생성형 인공지능(AI) 모델 딥시크의 열풍으로 중국 학생들의 이공계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중국의 수능인 ‘가오카오(高考)’에서 최상위권을 차지한 학생들도 전통적인 인기 학과인 이대 대신 AI 관련 학과를 선택하고 있다.
22일 저장일보와 정관신문 등 중국 현지매체들에 따르면 전날까지 중국의 각 지방정부가 발표한 대학입시 지원 현황에서 중국 주요 도시 명문 대학들의 AI, 컴퓨터공학, 전자공학 등 첨단 분야에 고득점자들이 몰린 것은 물론 대학 간판과 상관없이 이공계열의 인기가 증명됐다.
올해 주요 명문대들이 정원을 늘려 합격선이 다소 낮아진 가운데 장쑤성이 발표한 국방과학기술대 이공계열 합격선이 671점에 달해 칭화대나 베이징대 등 중국 최고 일류대 점수에 근접했다. 가오카오는 보통 750점 만점이다. 광둥성 발표에서는 가오카오 점수 최상위권의 학생들이 베이징전자과학기술학원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학은 중국 정부가 규정한 명문대학이 아니지만 졸업 시 공무원 취업에 유리해 수험생들 사이에서 점점 더 인기를 얻고 있다.
정관신문은 "최근 학생과 학부모 모두 명문대 프리미엄보다는 전공 자체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취업 안정성이 얼마나 큰지를 따지는 분위기가 됐다"면서 "이런 기조 속에 아무리 유명한 대학이라고 하더라도 인기 없는 전공은 입시 전체 순위에서 크게 밀렸다"고 평가했다.
올해 특기할 점은 임상의학 전공, 즉 의대 진학에 대한 선호도가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라고 매체들은 전했다. 저장일보는 "최근 2년간 의대생도 취업하기가 어려워지고, 의대는 공부 기간이 길고 업무 강도가 높아 기피하는 현상이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중국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이나 AI, 테크 분야의 기업가와 연구자들에 대한 직업적 선망이 생겨나면서 이러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또 중국의 최근 경기 동향이 대학 입시에도 그대로 반영된 듯 장기간의 부동산 침체로 인해 토목공학과의 인기가 하락했으며, 극심한 청년실업 탓에 취직이 보장되지 않는 인문대에 대한 선호도도 크게 떨어졌다. 내몽골 지역에서 베이징대의 공공사업관리 등의 전공을 지원한 수험생은 심지어 0명이었다. 중국에서는 중앙정부가 대학 입시의 큰 틀은 정하지만, 대학 합격자는 각 지방정부가 따로 관리한다.
올해 중국의 가오카오 응시자 수는 약 1335만명으로, 지난해보다 7만명가량 줄었으나 역대 두 번째 규모를 기록했다.
한편 2015년 1만 명 미만이던 중국 내 AI 연구자 수는 2023년 5만 2000명으로 불어났다. 미국은 6만 3000여 명으로 1위를 유지하고 있으나 격차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AI 연구 성과 순위에서도 중국은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 AI랭킹스에 따르면 2022년부터 베이징대가 전 세계 AI 연구 산출량 1위를 기록했으며 2위와 3위 역시 칭화대와 저장대가 차지했다. 상위 10개 기관 중 절반이 중국 대학이었다.
중국의 AI 산업도 몸집을 키우고 있다. 2023년 기준 중국 AI 시장은 약 4000억 위안(한화 약 80조 원) 규모이며 2028년까지 약 8110억 위안(한화 약 163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월 양회에서도 중국 정부는 AI와 양자과학 등 첨단 산업에 1조 위안(한화 약 200조 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하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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