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조(兆) 단위 ‘대어’로 거론되는 에코프로(086520)머티리얼즈가 하반기 코스피 시장 상장을 노리던 중 암초를 만났다. 검찰과 금융당국이 에코프로 전현직 임직원들의 불공정거래 의혹을 추가로 포착하고 강제수사에 돌입한 것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이번 수사가 상장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일 IB업계에 따르면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오는 4월 한국거래소에 코스피 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상장 주관사단도 사정당국이 들여다보고 있는 의혹과 에코프로머티리얼즈 간에 직접적 연관성이 발견되지 않은 만큼 IPO 준비를 중단 없이 계속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2차전지 양극 핵심 소재인 전구체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최대주주인 에코프로(지분 52.78%)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를 에코프로그룹의 첫 코스피 상장사로 만들고 조달한 금액을 전구체 생산 공장 증설에 사용할 계획이었다. 미래에셋증권(006800)이 대표 주관사를, NH투자증권(005940) 공동주관사를 맡았다. 2021년 매출액 3429억 원, 영업이익 176억 원, 당기순이익 154억 원을 기록하며 IB업계에서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상장 후 몸값이 최대 3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문제는 에코프로에 제기된 불공정거래 문제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앞서 이동채 전 에코프로 회장은 지난해 5월 자본시장법·범죄수익은닉규제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35억 원을 선고 받았다. 2020년 1월부터 이듬해 9월 사이 자사 중장기 공급계약 정보가 공시되기 전 차명 계좌를 이용해 미리 주식을 매수한 뒤 되팔아 약 11억 원의 시세차익을 올렸다는 혐의다.
당시 비슷한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챙긴 에코프로와 계열사 에코프로비엠(247540) 전현직 임직원들이 함께 기소돼 유죄를 선고받았다. 그리고 사정당국이 이번에 비슷한 시기에 벌어진 추가 의혹을 포착한 것이다. 반복되는 불공정 거래 이슈는 그룹사 전체에 대한 신뢰 문제로 이어지고 결국 대량의 자금 조달을 필요로 하는 계열사 상장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높아진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 상장심사 가이드북에 따르면 거래소는 경영 투명성을 질적 심사부분의 중요 요소로 제시하며 “기업지배구조, 내부통제제도, 공시체제 및 특수관계인과의 거래투명 유지 여부가 주된 심사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2016년 호텔롯데, 2018년 SK매직도 모회사 이슈로 IPO 추진 과정에서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 당국 관계자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최대 주주인 에코프로는 법인격이라 앞선 사례와 성격이 다르며, 현재로서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임직원과 관련된 부분은 드러나지 않았다”며 말을 아꼈다.
에코프로 측은 전날 입장문을 내고 “전 가족사(계열사)의 이사회에서 조사 대상자를 모두 배제하고 엄격한 기준에 맞는 사외이사를 선정하는 등 이사회 구성과 운영 방식을 전면 개편했다”며 “이번 금융위원회 조사는 기존 조사 대상기관과 유사해 그 연장선의 조사로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예상 공모 금액이 수천억원 대로 예상되는 만큼 실제로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하더라도 한국거래소나 금융위원회가 에코프로의 사법 리스크가 완전히 해결되기 전까지는 심사에 부담을 느낄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해당 사건을 에코프로라는 기업의 구조적 책임으로 바라볼 것인지 아니면 일부 개인들의 일탈로 볼 지에 따라서도 달라지는 문제”라며 “다만 금융당국이 이를 이유로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상장에 제동을 걸더라도 개연성이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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