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반도체 동반 적자’ 우려가 높아지면서 올해 반도체 감산 규모가 예상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 예상보다 실적 부진의 골이 깊어지고 있어 공급량 조절을 통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19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사업보고서·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두 회사의 재고는 사상 최대 수준인 68조 원에 달했다. 삼성전자의 재고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52조 1879억 원으로 전년(41조 3844억 원)보다 10조 8034억 원 늘었다. 이 중 반도체(DS) 부문 재고는 전체의 55.7%에 해당하는 29조 576억 원이다. DS 부문 재고는 이 기간 76.6%(12조 6025억 원)나 치솟았다.
SK하이닉스 또한 마찬가지다. SK하이닉스의 재고자산은 2021년(8조 9501억 원)보다 6조 7146억 원 늘어난 15조 6647억 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DS 부문의 실적은 핵심 사업인 메모리반도체의 수익성 악화뿐만 아니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팹리스(반도체 설계) 등 전반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의 D램과 낸드 재고가 전 분기 대비 증가하고 있다”며 “파운드리·시스템LSI 사업부도 고객사 수요 감소로 실적이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사업이 메모리반도체에 치중된 SK하이닉스의 경우 타격이 더 큰 상황이다. 핵심 제품인 D램 수요가 급감한 상황에서 인텔에서 인수한 솔리다임마저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깊어진 부진의 골을 빠르게 탈출하기 위해 적극적인 추가 감산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진행된 메모리 업계의 공급 조절 폭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만큼 각 기업들이 더 적극적으로 생산 물량 줄이기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메모리 업계 1위인 삼성전자는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첨단 공정 전환을 통한 ‘자연적 감산’에 돌입한 상태로 알려졌다. 업계 2위인 SK하이닉스와 3위인 미국 마이크론은 웨이퍼 투입량을 줄여 감산에 나선 상황이다.
위민복 대신증권 연구원은 “상상 이상으로 부진한 상반기 업황이 기존 발표 이상의 감산을 감행할 수밖에 없는 강력한 근거로 작용할 것”이라며 “업체들의 추가 감산 시점이 매우 임박했거나 이미 진행 중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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