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K브랜드를 지키기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 위조품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K브랜드 위조 때문에 매출 규모로 한 해 약 22조 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3만 1753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세입도 4169억 원 감소했다. 정부는 무엇보다 피해 사전 예방에서 지원이 미흡했다고 판단해 위조품 위험 모니터링 국가를 기존 8개국에서 114개국으로 확대하고 지식재산권 출원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세관과 특별사법경찰을 동원한 전방위적인 단속에 나서기로 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에서 “기업들의 지식재산권이 곧 우리 수출 경쟁력의 근간이지만, 한류 등에 힘입어 K브랜드 위상이 높아진 결과 국내 상표 위조·모방에 따른 피해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가 K브랜드 위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나선 데는 위조품 생산이 지나치게 노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했다. 가령 한국의 ‘불닭볶음면’을 베낀 중국 위조품은 검은색 바탕의 포장에 조리된 음식 사진과 캐릭터가 한국 정품과 같은 형태로 그려져 있다. 한글로 버젓이 불닭볶음면이라고 이름까지 베껴 넣었다. 식품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의류·화장품을 포함해 업종을 가리지 않고 한국 기업의 제품으로 위장하기 위해 매장 간판에는 ‘코리아(KOREA)’를 표시한 채 판매하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자 세계 10대 위조 상품 피해국에 한국은 결국 2017~2019년 기준 8위에 처음 이름을 올리게 됐다.
그럼에도 위조 상품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최소 장치인 상표 출원은 미흡한 상황이다. 2017년부터 3년간 중국 현지 수출액당 상표 출원 현황을 보면 한국은 3억 2000만 달러 수준에 그쳤다. 미국은 49억 4000만 달러, 영국 36억 7000만 달러로 한국보다 각각 15배, 12배 많았다. 그렇다 보니 중국뿐만 아니라 유럽과 중동에서도 위조품이 증가하고 온라인·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위조품 피해가 커지고 있다. 반면 우리의 지적재산권 분쟁 대응 추진 근거는 발명진흥법 시행령에 1개 조문에만 반영돼 있다. 지적재산권 침해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우선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상품 위조 피해 사전 예방 체계를 구축하고, 정품·가품 식별이 용이하도록 기술 개발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위조품 모니터링 대상 국가도 현재 8개국에서 유럽·미국까지 포함해 114개 국가로 확대하기로 했다. 식품·화장품 등 위조 빈발 업종에 대해서는 현황 조사, 단속, 소송 등의 패키지 지원도 늘려나갈 방침이다. 조폐공사를 중심으로 위조 상품 대응 기술을 확보해 민간 보급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게 된다. 특허청은 특사경 수사를, 관세청은 유관 기관과의 정보 교류를 확대해 위조품 수출입 단속을 강화하게 된다. 문화체육관광부도 K콘텐츠 불법 복제물 단속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위조품 피해가 빈번한 업종별 협·단체 및 기업을 중심으로 해외 K브랜드 위조 상품 민관 공동 대응 협의회를 구성해 노하우를 공유하고 개선 의견은 정책에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발명진흥법에 국내외 산업재산권 보호 내용을 신설하고 K브랜드 위조품 대응 강화를 위한 제정법도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