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금리가 하락하고 있는데도 시중은행의 정기 예적금 잔액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금리가 동결되고 금융 당국이 은행들에 예금금리 인상 자제를 요청하면서 더 이상 예금금리가 예전처럼 가파르게 오르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금융 소비자들이 ‘끝물 투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2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2월 말 기준 정기 예적금 잔액은 853조 226억 원으로 1월 말(849조 867억 원)보다 3조 9359억 원 늘었다. 시중은행들이 예적금 금리를 빠르게 내리고 있는 가운데 예적금에 가입하는 금융 소비자가 더 늘어난 것이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1월 예금은행의 연 5% 이상 정기예금 비중(신규취급액 기준)은 1.9%에 그쳤으며 1년 만기 예금의 평균 금리도 4.15%로 하락했다. 지난해 11월만 해도 평균 금리 연 5% 이상인 정기예금 비중이 29.7%에 달했고 금리도 4.95%에 이른 것과 비교하면 시중은행의 예적금 금리가 빠르게 내려간 셈이다. 금리 하향세는 지난달 중순까지 이어졌지만 미국의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시장 전망치보다 높게 나타난 지난달 후반부터 은행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예적금 금리도 소폭 오르기는 했다. 하지만 시중은행의 주력 예금 상품 금리는 3% 중·후반대를 기록하며 지난해와 비교해서는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은행권에서는 앞으로 금리가 급등할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한 금융 소비자들이 뒤늦게 예적금 상품에 가입한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사실 현재 은행에서 제공하는 3% 중·후반대 금리는 지난해 금리 급등기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지만 최근 10년 내에서는 높은 편에 속한다. 국내 증시에서 우량주를 모아놓은 코스피 200지수의 배당수익률이 2.27%에 불과한 것을 보면 장기간 안정적으로 갖고 있어야 할 자금의 투자처로서 은행 예적금은 여전히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1월에는 만기가 끝난 뒤 다시 예적금 상품에 돈을 넣지 않고 해지하는 경우가 많아 예적금 잔액 감소 폭이 컸지만 2월부터는 금리가 앞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해 지금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듯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업들이 자금 수요가 늘어나는 연말·연초 은행에서 돈을 뺐다가 지난달 다시 예적금에 자금을 넣는 경우가 늘어난 데다 지방자치단체 등의 일회성 단기자금이 유입된 것도 지난달 예적금 잔액이 늘어난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기업들의 수요가 많은 수시입출금식 예금 잔액은 지난달 555조 6405억 원으로 전달(537조 7808억 원)보다 17조 8597억 원 급증했다.
한편 올해 1월까지 6개월 연속 늘었던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달 5720억 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대출 잔액은 685조 4506억 원으로 전달보다 3조 1972억 원 줄어 14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으며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113조 4865억 원으로 전달보다 2조 1382억 원 줄어 15개월 연속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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