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그간 은행권 위주로 해온 정책자금 지원 업무를 비(非)은행권도 할 수 있도록 열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여신 기능이 있는 카드사나 보험사·저축은행 등도 공사나 신보가 보증하는 대출 상품을 판매하거나 이차보전(금융기관 대출이자 보조)대출을 취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 당국은 최근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은행권이 하고 있는 정책자금 지원 업무를 할 수 있도록 검토해 달라”는 비은행업권의 요청에 따라 관련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주재로 2일 열리는 TF 실무작업반 첫 회의에서도 이와 관련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지금까지 공사나 신보가 보증하는 대출 상품이나 정부가 이자를 보전해주는 이차보전 상품은 은행이 주로 판매해왔다”면서 “기존 은행 중심으로만 하고 있는 부분을 모두 열어놓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카드사 등도 은행처럼 지역신용보증재단 등이 보증하는 대출 상품이나 이차보전대출 등을 취급할 수 있게 된다. 최근 시중은행이 정부의 이자 보전으로 소상공인에게 저금리로 대출을 제공한 것처럼 카드사 등 2금융권도 이 같은 업무를 담당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용보증재단이나 신용보증기금 등의 보증 대출 상품은 부실이 발생해도 보증기관이 떠안는 구조라 금융기관의 부담이 적다. 이차보전대출도 저리지만 꾸준한 이자 수익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은행들이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돈을 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비은행권에서 제기돼 왔다. 이에 금융 당국은 이자 수익에만 치중한 은행권의 구조 개선 차원에서 검토해볼 만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2금융권으로 업무가 확대되더라도 대형사 위주로 이뤄지거나 취급할 수 있는 상품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2금융권은 은행보다 대면 채널이 많지 않아 한계라는 지적도 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대형사는 대출을 취급할 수 있는 전국적인 전산망을 갖추고 있지만 규모가 작은 회사는 비용이 부족해 전산망 구축 등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는 지난달 22일 TF 1차 회의를 개최한 데 이어 일주일 만에 후속으로 김 부위원장 주재의 TF 실무작업반 첫 회의를 연다. 검토할 과제가 다양한 데다 6월 말까지 구조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논의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첫 킥오프 회의에서 큰 틀만 잡았다면 실무작업반 회의에서는 세부 과제들을 정해 논의를 구체적으로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첫 회의에서는 TF에서 제시한 6개 과제 가운데 ‘은행권 경쟁 촉진 및 구조 개선’ 관련 논의에 나선다. △증권회사·보험회사·카드회사에 대한 법인 지급결제 허용 △인터넷은행 중·저신용층 대출 비중 조정 △대출 비교 플랫폼 확대 등 약 10가지 소주제가 논의될 예정이다. 성과급·퇴직금 등 보수 체계와 금리 체계 개선, 손실흡수능력 제고, 사회공헌 활성화, 비이자이익 비중 확대 등도 함께 검토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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