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기차 내수 판매가 처음으로 연간 10만 대를 돌파한 가운데 전기차 전용 타이어 시장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특히 내년 하반기부터 전기차에 장착된 타이어의 교체 시기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여 재생(RE)타이어 시장에서 국내 타이어 ‘빅3’ 업체들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연간 내수 판매량은 지난해 11만 9781대로 ‘전기차 10만 시대’를 열었다. 2021년 출시한 순수 전기차 ‘아이오닉5’와 ‘EV6’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2020년 2만 7000대 수준이었던 내수 판매는 그해 7만 1446대까지 늘었고 지난해 10만 대를 돌파했다. 현대차·기아는 내수 전기차 판매 목표를 2026년 26만 9000대, 2030년 51만 9000대로 끌어올렸다.
내수 전기차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재생타이어 업체 간 경쟁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용 타이어의 교체 주기는 2~3년으로 일반 타이어(4~5년)보다 짧다. 전기차는 차체 바닥에 배터리를 탑재해 일반 차량 대비 무게가 20%(300~400㎏) 더 나간다. 출발과 동시에 최대 토크(회전력)를 낼 수 있어 급출발과 급정거도 빈번하다. 전기차용 타이어의 수명이 짧은 이유다.
타이어 업계는 내년 하반기부터 전기차용 재생타이어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내수 전기차는 2021년을 기점으로 판매량이 껑충 뛰었는데 이 시기에 팔린 전기차의 타이어들이 대거 교체 주기를 맞기 때문이다. 타이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차용(OE) 타이어는 완성차 업계의 전기차 개발 단계에서부터 합류해 ‘순정 부품’이라는 지위를 가질 수 있지만 연구개발비가 들어가고 가격도 크게 올릴 수 없다”며 “반면 재생타이어는 규격에 맞게 라인업을 갖춰 놓기만 하면 판매 시 마진률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 일반 타이어 시장에서도 타이어 ‘빅3’의 매출은 OE 시장과 RE 시장이 3 대 7의 비율로 형성돼 있다.
전기차용 재생타이어 시장의 정확한 규모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2021년 판매된 전기차 타이어가 내년부터 모두 교체될 경우 최소 600억 원 규모의 시장이 열릴 것으로 추산된다. 전기차 판매량이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하는 데다 테슬라·벤츠·GM 등 등 수입 전기차와 해외로 수출하는 전기차까지 고려하면 재생타이어 시장이 수천억 원대로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타이어 업체들은 각자 차별화한 전략으로 전기차용 RE 타이어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전기차용 OE 타이어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한국타이어는 국내 출시된 모든 전기차의 타이어 라인업을 갖추고 RE 타이어 시장을 수성할 방침이다. 한국타이어는 ‘아이온(iON)’이라는 전기차용 타이어 브랜드도 론칭했다. 금호타이어(073240)도 규격별 제품을 모두 갖췄다. 다만 ‘선택과 집중’을 통해 RE 타이어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넥센 타이어는 자사의 신차용 타이어의 교체 주기에 맞춰 자사 제품으로 교체를 유도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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