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은행들만 해온 금융 서비스를 증권사는 물론 보험사·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도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재 은행의 고유 업무인 지급 결제, 외환거래, 대출 등을 비(非)은행들도 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게 된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시한 대로 업권 간 경쟁을 유도해 5대 은행의 과점 폐해를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26일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 및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 2금융권도 은행과 경쟁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환전 등 은행이 하는 업무를 2금융권이 할 수 있는지 모두 열어놓고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당국은 신규 업체의 허가를 통한 은행 경쟁력 제고는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는 만큼 기존 금융권에 대한 인가를 세분화해주는 방식으로 은행 분야에 진입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도 22일 “예금·대출 등에 있어서 실질적인 경쟁이 촉진될 수 있도록 은행권뿐만 아니라 보험·증권·저축은행 등 다른 금융권의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TF는 은행권과 2금융권의 경쟁 촉진 방안을 마련하는 차원에서 보험사와 증권사·저축은행에 대해 외환, 대출, 지급 결제 등의 업무를 허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이달 10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한 경제 규제 혁신 TF를 통해 국내 9개 증권사도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일반 환전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외환 제도 개편 방향을 발표했다. 여기에 은행권 제도 개선 TF를 통해 보험사 등 다른 업권에서도 환전 업무가 추가로 가능해질 경우 외환시장 경쟁을 유도해 금융 소비자가 지금보다 양질의 금융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보험사와 증권사에 ‘법인 지급 결제’를 허용하는 방안도 TF에서 논의하고 있다. 정부는 2006년 이후 현재까지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개인투자자에게만 증권사 계좌를 통한 송금을 허용해 법인 지급 결제 허용은 증권 업계의 최대 숙원 사업이었다. 현재 법인은 은행의 가상계좌를 거쳐야만 이체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증권사가 법인 지급 결제 서비스를 시작하면 기업들은 은행을 통하지 않아도 제품 판매 대금 지급과 협력 업체 결제, 공과금 납부 등을 증권사 계좌로 처리할 수 있게 돼 기업 계좌 유치 경쟁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은행권 숙원 사업인 ‘투자일임업(금융 전문가에게 투자 위탁) 진출’과 증권사의 법인 지급 결제 허용을 맞바꿀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본지 2월 23일자 10면
이밖에도 당국은 대출 비교 플랫폼에 5대 은행을 참가시켜 금리 경쟁을 유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인터넷은행이나 지방은행 등을 대형 시중은행의 경쟁자로 키우기 위한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또 카드 업계는 빅테크와의 차별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지급 결제 서비스를 허용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금융 당국은 매주 실무 작업반 회의를 통해 개선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 6월 말 확정적인 방안이 나올 때까지는 각 업권의 건의를 바탕으로 많은 수정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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