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투자 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5000 선 고지를 밟은 코스피의 상승 동력을 이어가기 위한 3가지 핵심 과제로 정부의 지속 가능한 증시 부양책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 기업 실적 개선을 꼽았다. 3차 상법 개정안 등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지속적인 증시 부양책으로 유동 자금을 국내 증시로 끌어모으면서 동시에 MSCI 선진지수 편입으로 신뢰성을 높여 외국인투자가 유입을 늘려야 한다는 조언이다.
23일 서울경제신문이 금융투자 업계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CEO 19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연속적인 증시 부양책이 뒷받침돼야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정부의 시장 친화적 정책 덕분에 코스피 상승 속도가 더 빨라진 만큼 추가 상승 랠리를 위해서라도 관련 정책이 지속적으로 나올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간 코스피는 1000포인트씩 상승할 때마다 10년 이상이 걸렸지만 지난해 적극적인 주주 친화 정책을 목표로 두 차례 이뤄진 상법 개정 영향으로 3000에서 4000(약 5년), 4000에서 5000(약 3개월)으로 가는 시간은 눈에 띄게 단축됐다. 이에 CEO들은 ‘육천피(코스피 6000)’를 달성하려면 추가적인 유인책이 필요하며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3차 상법 개정안이 올해 첫 부양책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지주회사 계열의 한 증권사 CEO는 “코스피 시장 체력 자체가 강화되려면 지배구조나 주주 환원 등 기업가치 제고 정책의 지속성이 중요하다”면서 “상법·공시 제도 개선, 자사주 소각 활성화, 배당·환원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장기 자금이 국내 시장에 안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금융지주회사 계열의 자산운용사 CEO는 “(3차 상법 개정안은) 자사주를 활용한 우회적 지배력 강화나 예외적 처분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MSCI 선진지수 편입도 주요 과제로 거론된다. 1992년 신흥 시장에 편입된 한국 증시는 2008년 관찰 대상국(선진 지수 편입 후보군)으로 지정됐지만 2014년 다시 제외된 뒤 여전히 신흥 시장으로 분류돼 있다. 경제발전 단계와 시장 규모 측면에서는 선진 시장 기준을 충족했지만 시장 접근성이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 때문인데 이는 곧 외국인투자가 유입을 제한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를 야기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 자산운용사 CEO는 “MSCI 선진지수 편입이라는 질적 도약과 올 7월 예정된 외환시장 24시간 운영의 성공적인 안착, 영문 공시 확대가 차질 없이 시행돼야 해외 자금 유입을 유도할 수 있다”고 했다. 기업 실적 개선을 강조한 증권사 CEO는 “주가는 기업 실적의 대리 변수”라며 “미국 기업들처럼 이익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망 종목으로는 인공지능(AI) 관련주와 반도체주를 주목한 CEO 비중이 가장 높았다. AI발 훈풍이 지속돼 AI 인프라와 AI 데이터센터 설립을 위한 전력 기기, 피지컬 AI 분야에 대한 관심이 연쇄적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아틀라스’ 같은 AI 로보틱스가 대표적이다. 응답자의 70%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의 유가증권시장 견인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AI·반도체주를 꼽은 증권사 CEO는 “실적 엔진인 반도체를 기반으로 하면서 올해 본격 개화할 피지컬 AI 비즈니스 관련 업종이 핵심 주도주가 될 것”이라며 “올해 국내 상장사 전체 순이익 전망치의 약 50%를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점유할 것으로 예상될 정도로 실적 가시성을 보유한 반도체 대장주들의 시장 상승 랠리도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환율 장기화 상황에서 서학개미(미국 주식 국내 투자자)의 관심을 국내 주식시장으로 전환하려면 ‘국내시장 복귀 계좌(RIA)’만으로는 부족하다고 CEO들은 진단했다. 관련 세제 혜택을 확대하거나 추가적인 유인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다른 증권사 CEO는 “해외 주식 투자는 단기 수익률 외에 환차익 기대가 결합되기 때문에 RIA 신설만으로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RIA 한도를 확대하거나 국내 주식시장 복귀에 따른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세제 혜택이 추가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자산운용사 CEO들은 연금 계좌로 국내 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를 투자할 때 발생하는 역차별부터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일반 계좌로 국내 주식형 ETF를 매매할 때는 비과세 혜택을 받지만 연금 계좌로 투자하면 향후 연금을 수령할 때 연금소득세 등을 내야 한다. 장기 투자 수단인 연금 계좌로 국내 주식을 투자하는 게 오히려 손해인 것이다. 자산운용사 CEO는 “장기 투자를 위해서는 연금 자산 유입을 활성화해야 하는데 현행 세제는 불리한 측면이 있다”며 “연금 계좌에 대한 역차별을 해소하고 세액공제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면 자금이 폭발적으로 유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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