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장동·위례 개발’ 의혹을 둘러싸고 서울중앙지검에서 재격돌했다. 이 대표는 “(앞선) 진술서로 이미 충분한 사실을 밝혔다”며 검찰의 질문에 침묵으로 대응하는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 검찰은 이 대표를 민관 유착 의혹의 윗선으로 지목하고 사업 과정에서의 결재 서류 등을 물증으로 제시하며 압박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3부(강백신 부장검사)는 이날 당초 요구한 시각보다 2시간가량 늦은 오전 11시 30분쯤부터 이 대표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검찰은 지난번 1차 조사 때 다루지 못한 내용을 포함해 200쪽이 넘는 질문지로 이 대표를 몰아세웠다. 다만 이 대표는 이번 조사에서도 검찰의 질문에 대응하지 않은 채 묵비권을 고수했다. 그는 조사 직전 기자회견에서 “제가 하는 모든 진술은 검찰의 조작과 창작의 재료가 될 것”이라며 “진술서의 진술로 대신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검찰의 심야조사 요구를 거부하면서 이날 조사는 9시간30분 만인 오후 8시50분께 종료됐다.
양측의 공방에서 가장 큰 쟁점은 성남시에 대한 배임 의혹이다. 검찰은 성남시장으로 각종 개발 사업의 최종 결정권자인 이 대표가 측근인 정진상 전 성남시장 정책비서관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등을 통해 민간 업자들에게 거액의 특혜를 제공했다고 의심한다. 이를 통해 대장동 사업에서 7886억 원, 위례신도시 사업에서 211억 원의 부당이득을 민간 업체가 챙겼고 성남시는 그만큼의 손해를 안게 됐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또 민간 업자들의 과도한 이익을 제한한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삭제해 대장동 사업 시행사인 성남의뜰 지분 절반을 가진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사업 수익 중 1822억 원의 확정 이익만 배당받는 데 그쳤다고 보고 있다. 이외에도 이 대표의 승인 아래 건설사 배제, 서판교 터널 개통, 공동주택 부지 용적률 상향, 임대주택 비율 축소 등 민간 업자들의 요구 사항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 대표가 이날 조사 직전 자신을 둘러싼 혐의와 관련해 유일하게 반박한 대목도 배임 의혹이다. 그는 “지연 조사에 추가 조사 논란까지 벌어진 두 번째 소환 이후에도 검찰에 조종되는 궁박한 이들의 바뀐 진술 외에 그럴싸한 대장동 배임 증거는 나오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 대표의 입을 열기 위해 답변서에 기재된 혐의별 소명 내용을 일일이 반박하는 증거를 제시했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결재한 서류 등을 제시해 민간 업자들에게 유리한 내용의 사업 구조임을 알면서도 승인한 게 아니냐고 압박을 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검찰은 사안의 중대성과 이 대표의 진술 태도 등을 문제 삼아 조만간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중앙지검에서 수사 중인 백현동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및 정자동 호텔 개발 특혜 의혹 등과 관련해 이 대표를 추가 소환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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