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4대 금융지주의 여성 사외이사 비중이 20%가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양한 분야의 여성 전문 인력 확보에 집중하기보다는 법 개정에 맞춰 지주별로 1~2명씩 기계적으로 성별 맞추기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4대 금융지주(KB국민·신한·우리·하나)의 지난해 9월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 전체 사외이사 33명 중 여성 사외이사 비중은 6명에 그쳤다. 지주별로 살펴보면 KB금융지주는 전체 사외이사 7명 중 여성 사외이사는 권선주 전 기업은행장과 최명희 내부통제평가원 부원장 등 2명이다. 변양호 사외이사가 사퇴하면서 전체 사외이사가 11명인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여성 사외이사는 윤재원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 김조설 일본 오사카상업대학 경제학부 교수 등 2명이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여성 사외이사는 각각 1명이다. 하나금융은 총 8명의 사외이사 중 권숙교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1명이다. 우리금융은 7명의 사외이사 중 송수영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1명만 여성 사외이사다.
지난해 8월 개정된 자본시장법이 시행되면서 자산총액 2조 원 이상인 상장사는 이사회 전원을 특정 성(性)의 이사로 구성하지 못하도록 규정해놓았지만 4대 금융지주 전체 사외이사 가운데 여성 비중은 18%에 불과한 셈이다. 특히 여성 사내이사는 단 한 명도 없다.
이에 전문가들은 금융지주가 다양한 분야나 신사업 진출 과정에서 여성 사외이사의 비중을 늘리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금융지주도 금융업 외에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여성 리더십 등 여성 사외이사만의 강점을 활용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여성 사외이사 대부분이 법조계와 학계 출신이어서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은정 중앙대 경영학 교수는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사외이사와 사내이사를 포함한 여성 임원을 전체 임원의 30% 정도는 뽑아야 적절한 의견 반영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고 조언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