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035720)벤처스가 완전한 형태의 ‘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털(CVC)’ 전환을 추진한다. 카카오의 100% 자회사로서 전략적(SI) 투자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신규 펀드 결성에 외부 자금을 받지 않아 운용에 어떤 간섭도 받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19일 벤처 투자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벤처스는 향후 신규 펀드를 모회사인 카카오와 카카오 계열사의 자금만으로 결성한다. 국내 VC 중에서는 삼성벤처투자가 계열사들 자금으로 펀드를 결성해 주주인 관계사들과 시너지 창출에 초점을 맞춘 벤처 투자에 나서고 있는데 카카오벤처스도 이를 벤치마킹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벤처스는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의 개인회사로 시작해 2015년 카카오의 100% 자회사로 편입됐다. 카카오벤처스의 CVC 전환 결정에는 김 센터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와 계열사들의 보유 자금 규모가 상당한 만큼 굳이 외부 자금을 조달해 투자 업종 및 기업 등을 놓고 간섭 받을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벤처스가 김 센터장의 지시에 따라 CVC 전환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카카오벤처스는 2012년 설립 이후 총 9개의 펀드를 결성했고 운용자산 규모는 3599억 원이다. 카카오 및 자체 자금은 1500억 원 안팎으로 추산되며 2000억 원가량의 자금은 한국벤처투자(출자금 460억 원), 한국성장금융(360억 원), 산업은행(110억 원) 등 정책금융기관들과 민간 금융회사들이 출자했다.
다만 카카오벤처스는 최근 들어 외부 자금을 통한 신규 펀드 결성은 지양해왔다. 2020년 말 한국성장금융 등으로부터 자금을 받아 결성한 1044억 원 규모의 ‘카카오 그로스해킹 펀드’가 외부 출자자(LP)가 참여한 마지막 펀드였다. 카카오벤처스는 2021년 말 결성한 ‘카카오 코파일럿 1호 펀드(코파일럿1호)’는 외부의 도움 없이 카카오와 카카오브레인 등 계열사 자금으로만 결성했다.
카카오벤처스는 이에 따라 코파일럿 1호와 유사한 펀드를 후속작으로 만들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펀드는 단순 자본 이익을 추구하기보다는 카카오그룹과 함께 성장하면서 벤처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스타트업 투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카카오벤처스는 연내 카카오와 협의를 통해 신규 벤처 펀드 결성을 추진할 예정이다.
카카오벤처스의 CVC 전환은 일부 넘어야 할 벽도 있다. 당장 내부에서 터져나오는 불만의 목소리가 있다. 외부 자금을 받지 않을 경우 대형 펀드 결성이 어려워 경쟁 VC에 비해 투자 역량이 열세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심사역은 모기업의 입김이 거세지고 독립성은 약화돼 자유로운 투자 활동에 제약이 가해질까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외부 출자자들이 투자한 기존 펀드들의 청산이 완료돼야 CVC가 완성되는 측면도 있다. 외부 투자를 받은 그로스 해킹 펀드의 만기는 2028년 12월로 투자금 소진은 거의 완료했지만 투자 기업 관리와 성공적인 자금 회수 등이 남아 있다. 카카오벤처스 관계자는 “올해 결성할 신규 펀드는 외부 출자자 없이 카카오와 계열사 자금만으로 구성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완전한 CVC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서는 결정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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